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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동물화가 ‘피그카소’의 그림

세상에는 사람보다 훨씬 유명한 짐승이 많다. ‘피그카소’도 그런 유명 동물 중의 한 분이시다. 피그카소(Pigcasso)라는 이름에서 금방 알아챘겠지만 그림 그리는 돼지, 즉 ‘돼지 화가’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사는 6살 암컷 돼지다.
 
이 피그카소가 그린 작품 ‘야생과 자유(Wild and Free)’가 지난해 12월에 2만 파운드(약 3174만원)에 팔려서 화제가 된 일이 있다. 동물 화가가 그린 작품 중 가장 비싼 값이었다. 그 이전의 최고가 기록은 침팬지 화가 ‘콩고’의 1만4000파운드였다니, 돼지가 원숭이를 가볍게 눌러버린 셈이다.
 
참고로 작품 ‘야생과 자유’에는 “피그카소가 남아공 웨스턴케이프의 바다를 보고 영감을 얻어 그린 작품으로, 파란색, 녹색, 흰색 등의 줄무늬가 특징이다. 피그카소는 입에 붓을 물고 아크릴 물감으로 대형 캔버스에 이를 그렸다”는 친절한 설명이 붙어있다고 한다.
 
'빈센트 햄고흐'라는 멋진 별명도 가지고 있는 피그카소는 지금까지 400점이 넘는 작품들을 그렸고, 2019년에는 전시회도 가졌다. 작품들은 대부분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완성한 작품에는 코로 찍은 ‘낙관’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피그카소는 2016년 태어나 생후 한 달쯤 동물단체의 조앤 레프슨이라는 사람에게 구조됐다고 한다. 우연히 헛간에 있던 붓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그 아기 돼지가 그림에 관심이 있다는 걸 알아봤다고 한다. 그림 덕에 도살장으로 끌려가 돼지고기가 될 운명에서 구원을 받았다는 감동적(?) 이야기다. 미술은 구원인가?
 
피그카소 작품의 판매수익은 동물 보호를 위해 사용된다고 한다. 구원에 대한 보답인가?
 
피그카소의 사연은 단순히 신기한 화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과 이어진다. 나처럼 그림에 대해서 글을 쓰는 인간을 난처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예술이란 인간 정신의 표현이다”라는 주장이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피그카소의 보호자이자 예술가인 레프슨은 이렇게 말한다. “이 작품은 단순히 시각적으로 인상적이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동물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 이 그림을 보면 동물들의 지능과 창의성에 큰 가치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물들의 지능과 창의성에 큰 가치를 둔다고? 정말 그런가?
 
한 발 더 나가서 이 문제는 조수를 시켜서 그리는 그림, 인공지능이나 로봇 같은 기계가 그린 작품(?)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라는 고약한 질문이 되기도 한다.
 
동물이 그린 그림은 많다. 원숭이, 코끼리, 돼지 등이 화가로 활약하며 많은 작품을 남겼다. 이 작품들은 이른바 ‘추상화’라는 그림이다. 무엇을 그린 것인지 말로 간단하게 설명하기 어려운 그림들이다.
 
결과물인 작품만 보고는 인간이 그린 것인지, 동물의 작품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실제 실험을 통해서 밝혀진 사실이다. 이름 높은 화가의 작품과 어린아이의 그림, 동물의 그림을 섞어 놓으면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추상화를 말로 설명하는 것은 언제나 진땀나는 일이다. 어떤 이는 “추상화는 무엇을 그렸는가가 아니고, 왜 어떻게 그렸는지를 고민하면서 감상하세요”라고 설명한다.
 
글쎄, 그렇게 간단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으로 사람이 그린 그림과 동물의 작품 사이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림에 담긴 인간의 사상이나 철학, 정신세계란 무엇인가? 사람을 감동시키는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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