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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고무신도 짝이 있다던데

우리 옆집에는 이탈리아 사람 애나 부부가 살고 있다. 어느 날부터 선생으로 근무하는 딸이 들락거렸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라서 와 있는 줄 알았다. 집 앞에서 애나를 만났는데 딸이 아파트 렌트를 지불하지 못해 들어 왔다고 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 대머리 남자가 보였다. 남자 친구까지 집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멀리서 본 딸은 나이 들어 보이지 않았는데 38살이라고 했다. 2년 넘게 답답하고 무언지 시원찮게 돌아가는 세상과 달리 옆집은 심심치 않게 나에게 흥밋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계절이 바뀌면서 딸이 배불뚝이가 되었다. 완전히 놀랐는데 애나는 기세등등하게 딸이 임신했다고 자랑한다. 집도 없는 젊은이들이 엄마 집에서 살림하며 아기까지 가지는 용기가 부러웠다. 우리 아들은 모든 준비가 되어있는데도 꼭 있어야 할 여자가 없는데 그 부러움을 우리 집에도 나누어 주면 얼마나 기쁠까 되돌아본다.  
 
유튜브를 보고 결혼정보 회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전화번호를 적어놓고 큰 한숨을 쉬고 나서 전화를 했다. “본인 일로 전화하셨어요” “네? 이 나이에 무슨 영광을 얻자고 남자를 구해요” 했더니 웃으신다. 나이 지긋한 분들도 서로가 필요한 상대를 많이 찾는 모양이다. 나이든 아들이 있는데 상담을 하려고요 했더니 목소리를 다듬고 미안한지 전화를 다른 사람과 바꿔 주었다.  
 
가입 조건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속속 들이를 다 끄집어내는 용기가 있어야 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다 원하는지 의문이었지만 그래야만 상대방에게 진실한 만남을 주선할 것 같아서 원하는 대로 다 보여주었다. 남자의 경우는 첫 물음이 몇 년생 그리고 직업이었다. 여자는 몇 년생과 인상을 두 번째로 물었다. 그럼 돈 잘 벌고 예쁜 사람만 짝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양자의 조건을 맞추어 가는 도중에 그래도 이 조건이 맞추기에 훨씬 유리한 모양이다. 하지만 빼어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벌써 짝을 지어 잘살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보다 잠깐 사이 기회를 놓친 사람들이 어쩌다 보니 나이가 들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젊은이들의 엄마들이 결혼정보 회사라도 염탐을 하는 것이다.  
 
타인종과의 결혼도 많아졌지만 한국 사람 배우자를 원하는 젊은이들은 정보회사를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일단 한국 사람이고 웬만한 조건들은 회사에서 파악하여 비슷하게 매치를 한다고 하니 시간이 없고 대인 관계의 폭이 넓지 않은 사람들은 한번 상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내 머리 내가 못 깎듯 자식 문제는 무척이나 힘들고 여러 사람에게 부탁을 해도 돌아오는 답변이 없을 때가 많다. 35살이 넘는 자녀와 함께 지내는 부모는 한밤중에 잠이 깨어 찬물 한 잔을 꿀꺽꿀꺽 들이마셔야 속이 좀 풀리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 앞에 보이지 않으면 걱정으로 지내지만 눈앞에 어슬렁거리면 속이 터져 열불이 타오른다.  
 
새벽부터 새들이 짝을 찾아 울어댄다. 어찌나 시끄러운지 동네가 쩡쩡 울린다. 새들도 온 정성을 기울여 짝을 찾으려고 있는 힘 쏟아내는데 조금이라도 새에게서 배웠으면 좋겠다. 목소리가 좋아 일찍 짝을 찾은 새는 새집을 만들려고 자리를 찾아 움직인다. 나뭇가지 사이나 눈에 띄지 않는 집 모서리에도 눈독을 들인다. 새들이 알을 낳아 품고 새끼가 탄생하는 5월 즈음에는 우리 집에도 반가운 소식을 기다려 본다.

양주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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