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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마늘 소고(小考)

 돌이켜 보면 낯선 나라에 이민 보따리를 부린지 거의 반세기가 되면서 그동안 행여 실수라도 할까 봐 마음 졸이던 때가 많았다. 세 살 네 살짜리 두 사내 녀석들이 유치원에 갈 적부터 아침은 마늘 양념이 든 김치 등 자극성 강한 한식을 피하고 토스트를 먹여 보내며 남의 나라에 살려고 온 처지를 고려하여 무척이나 조심한 적이 있었다. 요즘 들어 발표된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마늘 생산국가 1위가 중국, 세 번째가 한국이고 미국은 10위라 한다. 미국산 마늘은 주로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며 외국에서 수입한 물량까지 합치면 미국인들의 마늘 소비는 엄청 많은 양이다. 그렇게 많은 마늘을 먹어대는 미국에 살면서 동양에서 온 이방인으로서 행여나 서양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줄까 봐 무척 조심한 것이 멋쩍은 일이었다. 세월이 흘러 요즘은 매일 아침 식탁에 찐 마늘 서너 개가 단골 메뉴 중 하나다.
 
마늘 냄새로 인한 첫 번째 실수는 케네디 공항에 마중 나온 아내의 약학대학 동창의 단칸 아파트에 잠깐 들렸을 때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그 집 아파트에 잠깐 들려 이민 보따리를 방안에 들여놓은 순간에 작은 사고가 터졌다. 김포공항을 출발할 적 노모님이 정성껏 담아 이민 가방에 넣어주신 열무김치가 7월의 무더위 속 오랜 비행시간 동안 발효되어 김칫국물이 새어 나와 이민 가방을 적시고 있다. 안방 주인마님은 방안에 김치 냄새가 밸까 염려하여 방향제 스프레이를 들고서 우리의 눈앞에서 뿌리고 있다. 불청객인 주제에 주인에게 민망하고 미안하여 한시바삐그 집에서 나와야 도리일 것 같아 임시 숙소를 잡아달라고 졸라 곧바로 퀸즈불러바드의 허름한 모텔에 고달픈 이민 가방을 부리고 미국이란 나라에서 첫 밤을 지새웠다.  
 
이민 초기 기피하던 마늘을 이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챙겨 먹어도 타인의 눈치 보지 않는 이 나라의 시민이 되었다. 어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건강식품으로 아몬드와 함께 매일 마늘 먹기를 권장 한 분도 있다. 그 효능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고, 알리신 성분은 항바이러스 항암 효과, 항균, 살균, 소염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마늘은 값비싼 인삼의 효능에 버금가는 일등 식품이다. 집에서 압력밥솥에 마늘을 익혀 흑마늘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한국의 식품회사들은 다양한 마늘가공품을 개발하여 수익을 올리고 있다. 단군신화에서도 마늘의 신비한 효능을 역사적으로 증명하여 준다. 동굴 속에서 미련한 곰이 마늘과 쑥을 100일간 먹고 인간으로 환생하여 환웅과 결혼, 우리 민족의 국조(國祖) 단군이 탄생 나라를 세운 우리의 조상이다.
 
우리들의 밥상에 올라오는 밥반찬이나 찌개나 국물에 마늘이 들어가야 맛의 조화를 이루어 한식의 맛깔스러운 요리가 된다. 갈비구이 집에서 곁들인 생마늘을 강장제라고 마구 먹고서 장에서 이상발효를 일으키면 가스로 방출되는 그 지독한 냄새는 그것 또한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객기의 객실은 천정에서 신선한 공기가 나와 바닥으로 빠지게 되어있어 마음 놓고 소화불량 가스를 분출하여도 악취를 못 느끼다니 방귀의 해방구인 셈이다. 과유불급이라고 만일 과다 섭취할 경우 위장장애로 속 쓰림이나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도 있다. 생마늘을 많이 먹고서 좁은 공간에서 트림으로 방출하는 마늘 냄새는 독가스 버금가는 화학탄이다. 몸에는 좋으나 냄새에 신경 써야 할 식품이다.

윤봉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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