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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하늘이 그리는 빛의 그림

이기희

이기희

하늘은 한번도 같은 물감을 풀지 않는다. 매일 다른 색깔을 크고 작은 붓에 담아 하늘바다에 뿌린다. 푸르런가 하면 불타오르고 붉은색인가 하면 어느새 코발트빛 남색 섞어 보라빛으로 젖어든다. 하늘은 무한한 생명력으로 시시각각 달라진다. 나는 매일 어둠이 깔린 새벽에 잠에서 깬다. 하늘이 품어내는 빛의 시작을 먼저 확인하기 위해서다. 땅에 속해있는 내 두 발은 하늘에 닿고 싶었다. 자유분방하고 변화무쌍하고 매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내일을 살고 싶었다.
 
하늘은 닿지 못하는 곳이 없다. 어느 곳에서나 사랑의 물감을 풀 수 있다. 못다한 내 사랑은 땅에 속해 있었던가. 사랑의 말을 적기도 전에 마른 꽃잎으로 흩어졌다. 하늘이 수없이 다른 그림을 그리는 동안 생명을 잉태하고 죽음을 거두었다.
 
하늘 그림은 감미롭고 땅이 그리는 그림은 고체로 굳어져 돌고래가 되거나 석상으로 남았다. 평생을 그려도 하늘의 참 얼굴을 캔버스에 담지 못할 것이다. 그 찬란하고 속살 터지는 자유로운 영혼의 몸부림을 어찌 감당할 수 있으리.
 
인상파(Impressionist)는 대상의 고유한 색채보다 자연이 주는 순간적인 인상을 표현하는 기법으로 색조를 분할하며 외광의 효과 위주로 강렬한 색감을 표출한다. ‘내게는 풍경이 매 순간 바뀌기 때문에 풍경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빛과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기. 그 풍경 주위의 분위기에 생명과 기운을 불어 넣는다.’ 풍경을 감싸고 있는 대기에 진정한 가치를 부여한다.’클로드 모네의 작업론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빛과 대기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는 색채의 미묘한 변화 속에서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인상을 포착하여 그린다. 마네, 모네, 드가, 르누아르, 드가, 피사로, 시슬리 등이 활동했는데 세잔, 고갱, 고흐와 같은 후기 인상파 화가들에 의해 미술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대학 졸업 선물로 딸과 단둘이 떠난 파리여행은 내 인생에서 가장 멋지고 소중한 선택이였다. 루브르박물관 앞 고풍스런 호텔에서 크라상으로 아침 먹고 튀르리 정원을 거쳐 오랑주리(Orangerie) 미술관으로 갔다. 루브르궁 오렌지 나무를 키우던 온실이였던 미술관은 거대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으로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들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수련 연작을 전시한 방은 실제로 수련이 구름처럼 떠 있는 연못에서 작은 물고기로 헤엄치게 한다.
 
딸은 그 아름다운 색채와 변화하는 빛의 충격으로 한동안 그 방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다.  
 
인생도 시시각각 매 순간 변한다. 빛과 어둠이 오고 간다. 오늘이 소중한 건 내일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때 그 시간 그 일을 하지 않았다며 영원히 그 순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모네는 80세까지 250여점에 달하는 수련 연작을 완성한다. 백내장으로 시력을 잃고 사물을 분간하기 힘든 상태에서 화폭 위에 기어다니며 대작을 완성했다.
 
“장님이 처음 눈 떠 본 세상처럼 순수하게 눈에만 의존한 이미지를 그리고 싶다”는 모네의 수련은 어둠에서 빛으로 이어지는 생명의 영속성을 가능하게 한다.
 
하늘은 영원히 하늘이 풀어내는 색채의 비밀을 알려주지 않는다. 이른 새벽 실낱 같은 빛이 거대한 어둠 삼키고 남색의 진회색(Payne’s grey)을 풀며 찬란한 붉은 빛의 태양을 그려내는지. 창조는 하늘의 몫이다. 인간은 흉내만 낸다. 사는 게 힘들어도 슬픔 견디며 작은 붓끝으로 무채색 팔래트에 소망의 빛을 그린다.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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