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교과서 출판사 옥죄는 일본 검정 제도…정부 방침 강요

강제노역 등 전후배상 문제 "이미 해결됐다" 일본 정부 입장만 부각

교과서 출판사 옥죄는 일본 검정 제도…정부 방침 강요
강제노역 등 전후배상 문제 "이미 해결됐다" 일본 정부 입장만 부각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29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고교 교과서 검정 심사를 통과한 역사 분야 교과서에서는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노역 등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방침이 관철됐을 뿐 아니라 집필진의 '눈치보기'식 서술이 뚜렷해진 것이 특징이다.
작년 일본 정부의 각의 결정에 따라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은 애초 검정 신청본에 등장하지도 않았고 일부 교과서에서 쓴 '강제 연행'은 정부 방침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원' 또는 '징용'으로 수정됐다.
교과서들은 또 한일 간 역사 문제가 한일청구권협정과 한일위안부합의로 해결됐다고 강조하면서 최근 한국에서 제기되는 소송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시각만을 부각하는 내용을 실었다.
◇ 정부가 사실상 역사 교과서 표현 강제…작년 각의 결정 따라
연합뉴스가 일본 문부과학성의 일본사탐구와 세계사탐구 교과서 검정 결과를 확인해보니 검정 신청본에서는 기존에 나왔던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을 찾기 어려웠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종군 위안부'라는 말이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오해를 부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단순하게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답변서를 각의에서 결정했다. 아울러 일제 강점기에 한반도 출신 노동자를 데려가 강제로 노역시킨 것에 대해서도 '강제연행' 또는 '연행'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며 '징용'을 쓰는 것이 적절하다고 결정했다.
2014년 개정된 일본 교과서 검정 기준에서는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있는 경우 그것에 근거해 기술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에 따라 교과서 업체와 집필진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수정될 게 뻔한 '종군 위안부'라는 표현을 신청 단계부터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사실상 교과서에 써야 할 표현과 그렇지 못한 표현을 집필진에게 지시하는 효과가 이번 교과서 검정에서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정부 방침과 다른 표현을 쓴 교과서는 문부과학성의 교과용도서검정조사심의회로부터 직접적인 수정 지시를 받고 표현을 바꾸었다.
짓쿄출판사는 일본사탐구에서 한국에서 주로 쓰는 표현인 '일본군 위안부'라는 표현을 썼다가 "'일본군'과 '위안부'의 관계에 대해 학생들이 오해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 있다"는 심의회 지적을 받아 '위안부'로 교체했다.
데이코쿠서원의 세계사탐구에서도 '조선과 중국으로부터 노동자가 강제적으로 연행되었다'라는 표현이 '조선과 중국으로부터 노동자가 징용·동원되었다'로 바뀌었다. '강제적인 연행'이라는 표현이 사라지고 대신 강제성이 희박한 징용·동원이라는 단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세계사탐구에서는 기존에 독도 내용이 없던 교과서마저 이를 포함하는 등 우경화하는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보는 곳이 늘었다.
한국 시민단체인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가 교과서 독도 기술 현황을 살펴본 결과 종전에 독도 관련 내용이 없던 세계사탐구 2종에 독도 내용이 새로 등장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이번 교과서 검정을 분석한 결과 "독도와 강제동원, 일본군 위안부 기술에서 작년 각의결정 등을 근거로 일본 정부 견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서 군과 위안부의 관계를 직접 드러내거나 강제성을 직접 드러낸 기술에 대해 수정을 요구하고 조선인의 경우는 '강제연행' 또는 '연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결과적으로 강제성을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 "한일청구권·위안부 배상문제 해결됐다" 일본 정부 입장만 기술
검정에 통과한 교과서들이 식민지배 당시 가해 사실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있는 것에 더해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노역 피해자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입장만을 부각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최근 강제노역 피해자 배상 문제가 한일 간 외교 갈등 소재로 떠오른 가운데 일본 교과서들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한일위안부 합의로 문제가 완전히 해결됐는데도 한국에서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며 일본 정부 시각만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다이이치가쿠슈샤는 '정치·경제' 교과서에서 최근 잇따르는 강제노역 피해자 소송 문제에 대해 "한일기본조약과 함께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고 서술했다.
이 교과서는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입장만을 전하고 있을 뿐 한국 대법원이 청구권 협정에 징용 피해자와 개인 청구권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을 명령한 데 대해서는 기술하지 않고 있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관련해서는 일본 정부 측에서도 개인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 자료도 존재한다.
일본 국회 회의록을 보면 1991년 8월 27일 야나이 슌지 당시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은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한일 청구권 협정이 발효됐더라도 개인 청구권은 유효하다고 해석했다.
그는 "한일 양국에서 존재하던 각각 국민의 청구권을 포함해 해결했다는 것이지만 이것은 일한 양국이 국가로서 가지고 있는 외교보호권을 상호 포기했다는 것"이며 "이른바 개인의 청구권 그 자체를 국내법적인 의미로 소멸시켰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이이치가쿠슈샤는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2015년 한일 양국이 위안부 문제를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하기로 합의해 위안부 지원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으나 그 후 한국 측이 합의를 재검토해서 협력 관계가 진전되고 있지 않다"고 적었다.
'한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일방적인 입장만 소개하며 양국 관계 악화 책임을 전적으로 한국 정부에 떠넘길 뿐 전시 성노예로 동원됐던 여성들에 대한 인권 문제에 대해 주목하지 않았다.
sungjin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박성진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