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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이제는 나의 미련을 내려놓으렵니다

새해 나의 결의를 썼던 그 날이 벌써 달포가 지났습니다. 그 후 내 결의를 실행하려고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얼마간 머리도 복잡했습니다. 나이 들어가며 몸이 하루가 달라지는 느낌도 신경이 쓰였습니다. 하여 다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어졌습니다. 북쪽 막내 집으로 갔습니다. 국물 몇 가지로 남편 어접살이를 준비해 놓고는 나를 위해서라는 핑계를 남기고 도망을 갔더랍니다. 도착 다음 날 돌연 어지럼증세가 최악에 기승을 올리며 저를 눕혀버렸습니다. “노인네 남편을 홀로 두고 어디를 갔느냐?” 였을까요? 열흘간을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몇 가지 부풀었던 나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어 어지럼증과 함께 동그라미를 그리며 흐트러져 갔습니다. 엄살이 심한 편은 아니고 싶지만 처음 경험하는 그 증세가 차라리 아픔(pain)이고 싶었습니다. 일어나 자유롭게 거동을 할 수 없어 자리에 누워 있는 내 머리에는 오만가지 생각들이 나를 지혜롭게 다스리고 있었습니다. 나이까지도 끼어들어 맞장을 칩니다.
 
그동안 몇 가지 나의 새로운 계획이 실천으로 진전되어감이 분명했었습니다. 바느질, 그림 그리기, 철저한 집안 정리, 외간 활동 줄이기, 규칙적인 운동, 물 마시기 등등! 시시한 것들 같지만 생각하면 적절히 중요한 것들이었습니다. 그중 가장 커다란 제목이 있었습니다. 늙어서 다 녹슬어버린 나의 목청 재훈련을 목적으로 레슨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평생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나의 전공, Primadonna의 꿈은 벌써 집어던졌지만 그래도 내 옛 목소리를 기다리는 친지들이 있다는 착각이 살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나의 자존심을 축적해줄 것이라는 가장 큰 과제 즉 나의 자신감을 키워 줄 저만의 확신이었습니다. 나 이제 나이 80에 와서 과연 내가 친지나 청중들에게 좋은 노래를 선사하고 그래서 나 자신이 세상 끝에서 참 잘 살았다는 만족한 가슴을  안고  떠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제 머리를 어지럽히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고, 나이 80에 창가 하느라 애 많이 쓰고 수고했다!” 이 소리가 흉보다는 동정으로 들리면서 나의 분수를 말해 주는 듯했습니다. 이제 나는 미련을 다 버리겠다는 각오가 됐습니다. 정신 차리라고 제 머리를 마사지 대신 또닥또닥 두들겨 주었습니다.  
 
우리의 삶은 시간과 때가 있는 것이라 어지러움이 알려 주었습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흘러가지 말라 해도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나의 길고도 짧은 생을 어떻게 살았던, 내가 이제 이 자리에 와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나의 기억은 오로지 고마움과 감사였습니다. MRI를 찍으며 더 살고 싶다고 하느님께 소원했습니다. 소원을 빌며 염치가 없노라고 용서도 빌었습니다. 내가 이제 와서 더 살고 싶다는 그 이유를 간단히 말하자면 별것도 아닐지 모르겠지마는 저에게는 이렇게 급속도로 발전하고 변해가는 세상, 내 아이들과 모든 젊은이의 세대, 즉 우리 인간의 세계가 어떤 모습으로 바뀔까?  참으로 보고 싶어서입니다. 검사 결과가 Good News라는 의사 선생님의 답이었습니다. 기쁨에 감정을 조절했습니다. 결과 하나가 더 남아 있습니다. 염치가 없지만 오늘 여러분께 사랑의 기도를 구걸하며 이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남순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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