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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꽃이 피고, 꽃이 지고…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왔다. 봄은 꽃으로 시작한다. 매일 다니는 길에도 여기저기 꽃잔치가 벌어졌다. 우리 집 뒷동산은 작년 가을 마른풀을 모두 제거해 새로 자란 풀 사이로 들꽃이 한창이다. 노란꽃, 흰꽃, 보라색 꽃들이 키재기를 하며 매일 피어난다. 복숭아나무의 꽃은 이미 지고 벌써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감나무에는 새로 잎에 빼곡히 났는데,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얼마 후에는 꽃도 필 것이다.  
 
5년 일기를 쓴 지 2년이 되었다. 작년 이맘때 쓴 글을 보니, 온통 코로나 예방접종 이야기다. 차례가 빨리 오지 않아 발을 구르고, 막상 자격이 되었지만 예약을 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작년 3월 일기에도 비와 꽃과 봄이 함께하는 일상이 들어 있었다. 1년이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우리가 다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짧게 느껴질 뿐이다. 365일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작년 봄, 미국이 코로나로 몸살을 앓는 동안 철저한 방역으로 잘 지내던 한국이 지금 코로나 사태로 정신이 없다. 2022년, 세계는 코로나 대신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소식으로 봄을 맞고 있다.  
 
오늘 신문에는 한국의 꽃 이야기가 실렸다. 부산에는 3월 24일, 서울에는 28일에 벚꽃이 필 것이라고 한다. 60년쯤 된 기억이다. 아버지 품에 안겨 창경원으로 벚꽃 구경을 갔었다. 고종황제가 탔다는 자동차를 보았던 일을 기억한다.  
 
어머니가 꽃을 좋아하셨던 모양이다. 집에는 늘 화단이 있었다. 어머니는 화단에 채송화도 심고, 분꽃, 나팔꽃, 장미를 심었다. 누나와 나는 그런 꽃잎들을 주워 책갈피에 넣어 말리곤 했다. 물기가 많은 꽃잎은 종이에 물을 들여 책을 망가트리기도 했다.  
 
미국에 오기 전에 동생들과 함께 관광버스를 타고 진해로 벚꽃놀이 여행을 갔었다. 눈처럼 떨어지는 꽃잎 사이로 버스를 타고 지나갔던 일이 기억난다. 그 시절 철없던 우리들의 머리에는 이제 흰머리가 꽃을 피우고 있다.  
 
아버지 장례식에는 사업하는 동생 덕에 화환이 많이 들어왔었다. 장지에서는 하관 후 그 꽃들을 모두 산소 곁에 두었다. 사흘 후, 가족들이 다시 산소를 찾았는데, 먼저 온 작은아버지가 아직 싱싱한 꽃들을 골라 아버지 누운 자리를 장식해 놓았다. 형님을 그리는 작은아버지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 작은 아버지가 지금은 병석에 계시다.  
 
잠시 피었다 사라지는 꽃처럼 이런 세월들은 모두 사라졌다. 이제는 내 기억의 앨범에 한 장의 추억으로만 남아있을 뿐이다. 영원히 변하지 않는 조화보다 시들어 떨어지는 생화가 아름다운 까닭은 그 유한함 때문이다. 없어지고 사라질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그 마음이 더 절절하다. 그리고 사라진 후에도 그리움으로 남는다.  
 
뒷동산 꽃이 지고 난 자리에는 풀이 날 것이며, 마당에 자라는 복숭아, 감나무의 꽃이 지고 나면 열매가 달릴 것이다. 잠시 지나가는 시간이 소중하게 생각되는 나이가 되었다. 늦게나마 이 유한한 생의 소중함을 알게 되어 다행이다.  
 
불에 타고 피에 젖은 땅에도 비가 내리고 햇살이 따스해지면 꽃이 피어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봄에도 꽃과 함께 평화가 피어나기를 기원한다.  

고동운 / 전 가주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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