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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간디 묘비명과 한비자 망국론

 마하트마 간디(1869~1948)의 묘비명을 읽을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들며, 묘한 낭패감에 젖는다. ‘나라가 멸망할 때 나타나는 일곱 가지 사회악’으로 널리 알려진 날카로운 각성이다.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富)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종교… 이렇게 일곱 가지 증상이 만연하면 나라가 망할 징조라는 지적이다.
 
아뿔싸! 둘러보니 지금 우리 사회 돌아가는 몰골이 이 일곱 증상에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니 이를 어쩌나! 정치판은 원칙 없는 아수라판이고, 사람들은 저마다 땀 안 흘리고 돈을 모으려 핏발이 서있고, 장사치들은 도덕이고 개뿔이고 돈만 많이 벌면 된다고 날뛴다.
 
이런 것이 모두 인간 공부를 빼놓은 교육, 이기적인 종교 때문이다. 이러다가 정말로 나라가 망하는 것이나 아닌지 간디의 걱정이 새삼스럽다.
 
이처럼 위태로운 현실을 개선하고 예방하는 방법은 없는 걸까? 간디 선생께서는 해답을 안 주셨나? 묘비 뒷면에 해답을 적어 놓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차, 다시 보니 묘비명이 경고인 동시에 해결책이다. ‘없는’을 ‘있는’으로 바꾸면 바로 답이 된다. 바른 세상으로 가는 길이 거기에 있다.
 
간디의 경고보다 훨씬 전에 중국에도 비슷한 가르침이 있었다. 한비자의 망국론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한비자’에서 망국(亡國)의 징조 47가지를 설파한 바 있다.
 
한비자(기원전 280?∼233)는 전국시대 말기 법가의 집대성자이고, 통치술, 제왕학의 창시자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한비자가 말한 나라의 쇠망을 알려주는 징표 47가지는 주로 군주의 자질, 정치 현실에 대한 내용이다. 주요 내용은 분열, 부패, 무원칙, 안보의식 해이, 가치 혼돈 등인데 이 또한 놀라울 정도로 지금의 현실과 잘 맞아떨어진다.
 
대표적인 예를 몇 가지 들어보면 ▶법을 소홀히 하고 음모와 계략에 힘쓰며, 국내정치는 어지럽게 두면서 외세에만 의지하는 경우 ▶군주가 향락에 빠져 국고를 탕진하는 경우 ▶군주가 어느 특정한 사람이나 계층의 의견만을 받아들이는 경우 ▶군주가 고집이 세서 화합할 줄 모르고 제멋대로 자신만을 위하는 경우 ▶나라 안의 인재는 안 쓰고 나라 밖에서 사람을 구하며, 평판에 근거해서 사람을 뽑는 경우 ▶군주가 나라 안 상황에 어둡고 이웃 적국을 경계하지 않는 경우 ▶나라의 창고는 텅 비어 있는데 대신들의 창고는 가득 차 있는 경우 등이다.
 
그런데 간디의 묘비명에 왜 문화에 대한 언급이 없는지 궁금하다. ‘영혼 없는 문화’라는 항목을 추가하고 싶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우리에게는 김구 선생의 ‘나의 소원’이 있으니까.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우리 민족이 주연 배우로 세계 무대에 등장할 날이 눈앞에 보이지 아니하는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에게 간디의 묘비명이나 한비자의 망국론, 김구의 소원을 꼭 읽고 명심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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