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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우리 삶의 우선순위

 우리 삶의 우선순위도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다. 우리 세대에서는 ‘일’이 가장 중요한 삶의 우선순위였음은 물어 보나마나이다. 한때 아버지에게서 일본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그저 자식들 안 굶기는 것 말고는 다른 생각 해본 적이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자식들 배고프지 않게 먹여 살리는 것이 삶의 최고 우선순위에 있었다.
 
얼마 전 환갑을 넘긴 지 몇 해 지난 동갑내기 지인의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살아가는 데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친구는 강남에서 잘나가는 부동산 갑부의 아들로 태어나 남부럽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내고, 당시에는 흔치 않았던 외국 유학도 다녀왔다. 직장 생활도 좀 해봤지만 흥미를 못 느끼던 차에 캐나다로 이민할 기회가 생겼다. 돈 싸들고 가 집 사고 시간을 보내다가 그것도 시들해졌다. 오직 할 일이라고는 주식투자와 술 마시는 것뿐 다른 것은 관심도 의욕도 없었다.  
 
당뇨가 심해져 걷기도 힘든 상태에서도 주식투자와 맥주 마시는 얘기만 하는 친구가 걱정되던 차에 어느 날 한국으로 역이민 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래도 고국에 돌아가서 치료도 받고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국으로 돌아간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유명을 달리했다.  
 
수백억 재산도 있다는 친구가 뭐가 부족해서 자기 몸을 돌보는 건강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주식에 집착했을까. 왜 삶의 우선순위를 걷기나 운동으로 두지 못했을까. 나이 들어 건강을 지키는 데는 자연을 접하며 걷거나 등산 만한 게 없다고 여러 친구가 조언했건만 오랜 시간 몸에 익숙해진 자신의 습관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던가 보다.  
 
많은 재산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오르고 내리는 주가가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건강하지 못하면 재산도 명예도 소용이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다시 일깨워 준다.
 
가족 모두 건강하고 크게 성공하진 못해도 각자 밥벌이하고 사는 평범한 삶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지를 우리는 그것을 잃어봐야 깨닫는다. 재벌도 떠날 때는 빈손으로 가는 걸 보고서야 허망하다는 걸 알지만 내 것은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고, 더 많은 걸 얻기 위해 집착하고 아등바등하는 삶을 이어가는 게 인지상정이다.
 
이제 노년으로 접어든 나이에 욕심부리며 더 많은 걸 얻기 위해 애쓰는 마음을 내려놓자고 다시 다짐해 본다. 그저 마음 편하게 먹고 살 수 있고 좋아하는 산이나 오르며 책을 읽고 글이나 쓰며 살고 싶다. 소박한 것 같지만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어쩌면 노년기의 모든 이들이 바라는 삶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하지만, ‘마음 편하게 살자’를 내 삶의 최우선 순위에 놓고 살아보자.

송 훈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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