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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봄날의 산행

 이제 봄인가. 각양각색의 새들이 난데없이 창가로 몰려왔다. 햇빛을 입에 문 아름다운 새들이 날갯짓하며 내 창을 노크했다. 꿈이었다. 오늘 숲으로 하이킹을 가기로 해서 그랬을까?
 
꿈의 여운을 안고 빅베어 아랫동네 ‘포리스트 폴스(Forest Falls)’에 왔다. 몇 해 전 두어 번 왔는데도 처음인 것처럼 감동이 새로웠다. 하이킹 팀원 중 막내는 초행길이라 그런지 표정이 잔뜩 들떠 있다. 집에서 한 시간 반 거리를 한걸음인 듯 달려 오고픈 곳.
 
산을 오르면서 바라보는 하늘은 파스텔 파란색이다. 앞쪽 하늘로 바람이 구름을 몰고 퍼져 나간다. 하늘을 캠퍼스 삼아 그분이 수묵화를 그리는가, 입김을 내뿜는가. 참나무와 고목들이 뿌리를 드러낸 채 서 있다.
 
땅이 비옥해서인지 산길에 도토리가 떨어져 수북하다. 도토리가 가나안의 포도알처럼 유난히도 크다. 전에 왔을 때 산에 눈이 쌓였던 모습과는 전혀 다르게 개울가는 3월의 초록으로 가득하다. 하늘과 나무, 개울물 소리가 여전히 청아하다. 크고 작은 바위는 창조주가 대지에 그린 입체 그림처럼 금방이라도 움직일 듯 생생하다.
 
물가에 앉아 손으로 퍼 올리는 맑은 수정의 계곡물. 너무 깨끗해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흐르는 물소리에는 잡음이 없다. 청정, 물의 화음이다. 냇물에 구름도 같이 흐른다. 맑은 물 냄새와 산 내음이 가슴으로 스며든다.
 
돌멩이, 너는 옛날엔 큰 산이었겠지. 맨몸으로 굴러 떨어지며 바위가 되고 작은 돌멩이가 되고 모래가 되느라 모난 곳이 깨어질 때 얼마나 아팠을까. 큼직한 돌덩이 사이사이에 박힌 자그마한 돌멩이가 개울 물에 떨어져 몸을 씻는다. 인고의 씻음이다.
 
흐르는 개울 속에 무늬를 그린 돌멩이가 많다. 같이 간 친구는 그 예쁘고 기묘한 모양의 돌들에 눈 덮인 산, 말 타는 사람, 우주와 달, 머리핀을 꽂은 여인, 킬리만자로의 눈이라 이름 붙이며 행복해했다. 돌멩이는 내 감성의 영토에 들어와 이야기를 건넨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이 옷 한 벌 걸치지 않아도 춥지 않고 행복해.”
 
전나무의 바늘잎이 신록의 계절을 절감하게 한다. 스쳐오는 맑은 바람에 잎사귀가 흔들려 흐르는 물소리와 합주한다. 아픈 영혼도 치료가 될 것 같은 오묘한 소리다.
 
산들바람이 스친다. 족히 백 살은 되지 않을까 싶은 아름드리 나무의 그늘 밑, 소풍 도시락은 맛나기 그지없다. 하늘을 가린 가지만큼 널따란 우리의 대화는 산행에서 얻어가는 귀한 보약이 된다.
 
계곡 옆 도토리나무가 떨어지는 작은 폭포에 자리를 내어주고 뿌리를 드러냈다. 나도 저렇게 깎인 후에도 자리를 내어줄 수 있을까. 개울 속 돌멩이처럼 굴러떨어져 씻기며 살아갈 수 있을까. 없는 것 같으나 모든 것을 가진 무소유의 소유를 살고 싶다.

엄영아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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