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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H마트에서 울다

소녀같이 앳돼 보이는 한 여성이 무대에 올랐다.  
 
청중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 여성이 지난달 24일 맨해튼 지그펠트볼룸에서 개최된 ‘뉴욕한인의 밤’ 행사에서 ‘차세대상’을 수상한 미셸 조너다.  
 
그는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이다.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라는 인디밴드를 이끄는 리드보컬로, 세 장의 앨범을 내놨고, 올해 그래미상 신인상에 노미네이트된 라이징 스타다.  
 
이런 그가 지난해 4월 ‘크라잉 인 H마트’라는 자전적 에세이를 펴냈다. 이 책은 현재 31주째 뉴욕타임스(NYT) 논픽션 부문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주류사회의 열광적인 호응을 끌어냈다.  
 
“엄마가 돌아가신 이후로 쭉, 나는 H마트에서 운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엄마를 암으로 떠나보낸 그는 H마트에서 엄마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면서 글을 썼다.  
 
책에서 그는 “전화해서 우리가 예전에 사 먹었던 김이 어느 브랜드냐고 물어볼 사람이 없다면, 내가 아직도 한국인일까?”라고 묻는다.    
 
이 책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자신이 한국인임을 확인하는 과정, 세상을 떠난 엄마를 기억하려는 노력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을 “디아스포라적 삶이 현기증을 불러 일으킨다”고 평가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과정이 대부분의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책에는 떡국, 동치미, 김, 미역국, 만둣국, 삼겹살 등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의 이름이 나열돼 있어 반가웠다.  
 
문득, 하필이면 왜 음식을 통해서 엄마를 추억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음식은 단순히 생명 유지를 위한 먹거리만은 아니다.  
 
나만의 취향과 선호를 나타내고, 우리 가족만의 밥상문화로 우리식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한다. 어떤 냄새만 맡아도 인상적인 한 순간의 식탁과 엄마의 손맛을 기억하게 한다. “밥 한번 먹자”로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고, 우리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나라마다 다른 식탁 매너로 예절과 교양까지도 표현한다.  
 
식문화라고 표현할 정도로 음식이야말로 문화의 핵심이다.  
 
한국의 음악과 춤, 영화와 드라마, 휴대폰과 자동차가 세계에서 인정받은 가운데, 이제는 한국의 식문화 차례가 아닌가 싶다.  
 
이날 ‘뉴욕한인의 밤’ 행사에는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도 참석해 “한인 커뮤니티가 곧 뉴욕”, 더 나아가 “우리는 하나”라고 강조했다.  
 
미셸 조너가 음식으로 그의 어머니를 기억했듯이, 음식으로 대표되는 우리의 아이덴티티가 당당하게 인정받는 현실이 훌쩍 다가왔다.

장은주 / 편집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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