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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경청(傾聽)의 힘

 요즈음은 십여 년 전에 떠난 남편이 많이 생각난다. 한평생 살면서 우리들의 대화는 그는 늘 듣는 쪽이었고 나는 늘 말하는 편이었다. 오랜 세월 늘 그렇게 지냈기에 당연지사로 매김질이 되어 그가 없는 지난 세월 자식들 앞에서도 그들의 대화를 듣기보다는 나를 앞세워 떠드는 형으로 군림하려 했다. 자식들과도 오랜 세월 떨어져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늘 같이 있고 보니, 그러지 않아도 나를 여러 면으로 챙겨주느라 힘든데 그들 속이 어떡하겠나 생각하니 이제부터라도 말하기보다 듣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경청의 의미를 생각했다.  
 
경청이란 무엇인가! 한자로 풀이해보면 마음을 기울이고 들어준다는 말이다. 즉 남이 하는 이야기를 건성으로 듣거나 대강 듣거나 적당히 듣는 것은 대화를 잘하고 있다고 할 수 없고, 똑바로 듣고 정확히 듣고 철저히 들어야만 청(聽)은 제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 했다. 이처럼 경청이란 다른 사람의 말을 주의 깊게 들으며 공감하는 능력이다.  
 
얼마 전에 보내준 한 지인의 글이다. 제임스 버릴 엔젤은 1871년부터 1909년까지 38년간 미국 미시간대학의 총장을 지냈다. 보통 대학의 총장 자리는 상황에 따라 민감한 자리여서 압력 또한 많이 받는 곳이기에 오랜 기간 유임하는 것이 매우 힘든 자리지만 그는 직원들과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잘 조율시켰고, 모두를 만족하게 하며 학교를 운영했다. 그가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을 때 기자들이 몰려와서 “그 어려운 자리를 오랫동안 유임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엔젤이 대답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팔보다 안테나를 더 높이 세웠던 것이 비결입니다” 했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뜻이다. 아랫사람들에게 나팔처럼 계속 떠드는 것보다는 안테나가 전파를 잘 잡아내는 것처럼 사람들의 의견을 잘 경청하는 것이 유임의 비결이었던 것이다.  
 
나는 오래전 남편이 의과대학을 다닐 때 그 학년 ‘총대(회장)’ 자리를 일 년 하기도 힘든데4년에 계속 유임하는 것을 보고 성격이 워낙 과묵하고 말이 많지 않은 성품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생각하면 그는 늘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지 않고 안테나처럼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하며 조율하는 올바른 경청의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한다.  
 


올바른 경청이란 무조건적인 수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에다 말을 잘 들은 후 좋은 의견을 잘 받아들이고 나쁜 의견은 그것이 왜 나쁜지 상대에게 이야기하고 서로 조율하는 것이 훌륭한 경청의 자세이기 때문에 바른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했다. 참고로 청(聽)자를 풀이하면 그 안에는 왕의 귀, 열 개의 눈, 하나의 마음이 있다 했다.  
 
경청의 방법 1. 혼자서 대화를 독점하지 않는다 2. 상대방의 말을 가로채지 않는다 3. 이야기를 가로막지 않는다 4. 의견이 다르더라도 일단 수용한다 5. 말하는 순서를 지킨다 6. 논쟁에서는 먼저 상대방의 주장을 들어준다 7. 시선(eye-contact)을 맞춘다 8. 귀로만 듣지 말고 오감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경청한다.  
 
우리가 한세상을 살면서 대인 관계를 이어나갈 때 이 경청의 힘이 얼마나 큰가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오늘도 한 수 배운다.

정순덕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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