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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No 여기까지!’

 요즘 두 살 찰리 말이 한창 늘고 있다. 장난감 타일로 만든 집을 부순 후 엄숙한 얼굴로 내게, “다쉬만둡씨다” 할 때는 정말 요절 복통이다. 데이케어냉냉님(선생님)께 배운 말임에 틀림없다. 요새는 콩글리시에 빠졌다. “No 찡찡 to 엄마(엄마가 주문한 것 같다!)” “No 푸푸 to 기저귀” (잘 때만 차는 기저귀에 푸푸를  않겠다는 굳은 결심!) “No 때려 누나(이것은 나의 주문!)” 이렇게 찰리 두 살 인생에 “No” 시리즈가 늘어 간다.  
 
사막을 건너는 마지막 방법인 여섯 번째에는 유일하게 ‘No’가 들어간다. 허상의 국경에서 멈추지 말라(Do not stop at false borders).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Shifting Sands)의 저자 스티브 도나휴와 친구 탤리스는, 니제르로 넘어가는 국경이 다시 열렸다는 말에 트럭을 얻어타고 니제르 국경을 향한다. 하지만 첫 번 도착한 국경에서 어느 여자가 부탁한 편지로 인해 보초에게 붙들린다. 머뭇거리며 위험에 빠질 찰나, 친구 탤리스의 급박한 외침에, 떠나려는 트럭을 간신히 잡아타고 진짜 니제르의 국경을 향해 가게 된다. 그가 멈출 뻔했던 곳은 진짜가 아닌 허상의 국경이었음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사막 같은 인생을 잘 건너기 위한 마지막 방법은, 실제가 아닌 국경에서 멈추지 않는 것이다. 허세 가득한 보초 때문에 머뭇거리며 붙잡혀 있지 않은 것이다.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우리는 수 없는 국경과 보초를 마주하게 된다. 이별, 만남, 퇴직, 새로운 일, 투병, 새로운 공부 등이, 그 너머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몰라 불안하기만 한 새로운 국경이다. 이 국경에서 내 마음속 보초는 이렇게 말한다. “과연 혼자 잘할 수 있겠니? 너무 이기적인 결정 아닐까? 이제 와서 새로운 일을? 그러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은 거 아냐? 여기까지인 거야!” 그 앞에서 머뭇거리다, 스스로 그어 버린 허상의 국경에 갇혀버리기엔 삶의 모든 순간이 너무 소중하다.  
 
65세 임기종씨는 설악산 최후의 지게꾼이다. 마라토너가 꿈이었다. 아무리 뛰어도 숨이 가쁘지 않은 신체를 가지고 태어났다. 하지만 3일을 굶고 뛰니 별이 보였다. 16살 때부터 설악산에서 짐을 나르며 생활하다 첫눈에 반해 결혼한 아내는 지적장애인이다. 하나뿐인 아들은 심한 자폐를 가지고 태어났다. 여기까지구나 하고 포기할 법도 한데, 그때부터 임기종씨는 아들이 사는 시설과 다른 장애인 기관들에 기부를 시작했다. 동네 노인들 효도관광도 시켜드리고, 쌀과 라면도 정기적으로 갖다 드렸다. 이렇게 한 기부가 1억원이 넘는다. 그의 꿈은 시설에 있는 아들을 데려와 함께 사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없는 분’들 도와주고, 소년소녀 가장들 장학금 주는 게 소원이시란다. 158cm 키에 60kg 작은 체구로 130kg짜리 냉장고까지 산으로 날랐던 임기종씨는, 설악산에서 차가 더는 못 들어가는 사인인 ‘여기까지’에서부터 빛나는 분이시다.  
 
삶이 국경처럼 다가올 때, 멈추지 않고 이렇게 계속 나아가는 분들의 삶은 참으로 존경스럽다. 인생이라는 그 사막길에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것일까? 허상의 국경에 붙들려, 여기까지인가 하며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찰리 표현으로, No 여기까지, Yes 이제부터다. 무엇이 우리를 붙들던, 허상의 국경에 멈춰 서지 않는, 호기심에 찬 여행자의 자세로 한 번 살아볼 일이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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