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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일부이다

 지난 연말, 브루클린에 사는 아들네를 오랜만에 방문했다. 거의 일 년 반만의 만남이었다. 이것이 팬데믹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현실일 것이다. 브라운스톤 빌딩이 죽 늘어서 있는 고색창연한 거리에는 알록달록한 크리스마스 불빛이 어두운 시대를 사는 우리를 격려해 주고 있었다. 보지 못하는 사이 어엿한 숙녀로 성장해 있는 손녀를 보는 심정은 기쁜 만큼 낯설고 아프기도 했다. 시간은 그렇게 강물 흐르듯 수월하게 지나갔다.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신문기자인 아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사립학교에서 공립고등학교, Ivy League 대학에 이르기까지 미국 전역의 학교는 교수진을 다양화하고 커리큘럼을 확장하며 반인종차별 지침을 채택함으로써 인종과 특권에 관한 빠르게 변화하는 규범에 적응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특히 늘어나는 아시안 인종차별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면서 늙은 부모인 우리를 염려하는 눈치였다.  
 
12학년인 손녀는 학교에서 경험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친구들이 나에게 묻는다고 한다. “When did your family come to the United States?” “My grandparents came to this country 50 years ago. So, I must be third generation”이라고 한다면서 White European 학생들에게는 전혀 어디서 왔는지 그 뿌리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다고 한다. 얼마 전 Anti-Asian에 대한 내용의 각본을 자신이 직접 써서 Young Artists Society의 연극무대에 올렸다고 한다. 대학입학 원서에도 그 각본을 제출할 것이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손녀의 눈빛은 초롱초롱 타오르고 있었다.  
 
백인 중심의 가치관이 판치던 1940년대, 검은 피부로 인해 자신이 추하고 사랑과 존경을 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 토니 모리슨의 소설 ‘The bluest eye’에 나오는 주인공인 11세 흑인 소녀 피콜라브리드러브는 자신의 불행이 그 어떤 외부적 요인도 아닌 자기 자신의 외모에 기인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당시의 문화 아이콘인 셜리 템플과 같은 파란 눈을 소망한다. 파란 눈이 자신과 가족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는다. 그녀의 눈이 파랗게 변하여 미국의 모든 금발의 파란 눈을 가진 아이들처럼 사랑받고 아름다워지기를 기도한다.  
 


은 피부를 선호하는 색채 주의는 이 나라의 구조에 너무 깊숙이 뿌리박혀 있어 우리는 모두 알게 모르게 감염되고 있다. 무엇보다 슬픈 점은 이러한 편견에 대한 교훈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더는 하얗지 않고, 다시는 하얗지 않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미국의 가장 위대한 사상가이자 작가 중 한 명인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은 인종적 진보에 대한 미국의 생각은 내가 얼마나 빨리 백인이 되는지로 측정된다고 비난했다. 그는 백인이든 흑인이든 다른 사람들에 의해 나 자신이 정의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 아직 그가 살아있다면 오늘날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나와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과 계속되는 불평등에 항의하는 시위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볼드윈은 “우리 각자는 영원히 무기력하고, 여성 속에 남성, 남성 속에 여성, 검은색 속에 흰색, 흰색 속에 검은색을 포함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의 일부이다”라는 멋진 말을 남겼다. 그런 세상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려야 오는 것일까?

이춘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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