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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개빈 뉴섬 주지사의 ‘난독증’

 노스할리우드의 한 초등학교에 얼마 전 낯선 남자가 찾아 왔다. 멋지게 생긴 이 남자는 ‘Ben and Emma’s Big Hit’라는 책을 어린이들에게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책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나도 어릴 때 책을 읽지 못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아무리 천천히 읽어도 자꾸 틀리고, 또 소리 내 읽어도 끝나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고, 너무 창피해서 나중에는 학교에 가기도 싫었어요. 그래서 어른이 된 지금도 무엇을 읽으려면 반드시 밑줄을 긋거나, 동그라미를 그려서 표시를 하고, 다른 종이에 다시 정리해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오래 공부를 해야 되는 셈이지요.”
 
아이들은 이 책을 쓰고, 또 자신들을 찾아온 남자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라는 말을 듣고 놀랐다. 자기들이 보기에는 ‘바보 같고, 너무 부끄러움을 타서, 학교에서 늘 왕따를 당하는’ 개빈이라는 아이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를 그런대로 영리하다고 느끼게 된 것은 서른 다섯살이 넘어서였습니다. 늘 열등감으로 시달렸어요.”  
 


뉴섬 주지사가 어머니가 숨겨둔 학교 통지서에서 자신이 난독증(Dyslexia) 환자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은 그가 5학년 때였다. 그는 책 읽는 것을 죽도록 싫어했다. 인쇄된 글자를 발음하기가 어려웠고, 읽고 있는 동안에도 자꾸 딴 생각이 들었다.  
 
14개월 어렸던 그의 여동생은 오빠 숙제를 도와 주려던 엄마와 오빠가 언성을 높이며 싸우다가 오빠가 울며 화를 내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고 한다.  
 
엄마가 난독증을 알리지 않은 이유는 개빈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차별을 받거나, 아니면 그 병을 핑계로 열심히 공부하지 않을까봐였다고 한다.
 
난독증은 특수학습장애(Specific Learning Disorder)의 일부로 정확하고 유창하게 단어를 읽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해독과 철자 능력의 부진을 특징으로 한다. 이 같은 학습장애는 생물학적 근원이 있는 신경 발달장애이며 유전적 영향이 크다.
 
말하기나 걷기가 뇌발달에 따라 자연이 획득되는 것과는 달리 학업기술(읽기, 쓰기 등)은 지도를 받아야 한다. 난독증을 포함한 특수학습장애는 정상적 형태로 학업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방해한다.
 
졸업 후 서너 가지 직종을 거친 후에야 뉴섬은 자신에게 다른 면에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자신처럼 난독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금융인 찰스 슈왑, 버진그룹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등을 롤모델로 삼았다. 포도주 농장과 가게, 식당, 바, 호텔 등을 경영했다. 사업이 잘 돼도 그는 머리가 좋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2004년 최연소 샌프란시스코 시장에 될 때까지도 그는 열등감에 시달렸다.  
 
뉴섬 주지사의 하루 일과는 아침 6시 그의 방에서 시작된다. 비서가 준비해둔 하루 일과를 먼저 한 번 읽는다. 그리고 나서 두 번 읽는다. 다시 세 번째  읽는다. 그 후 서서히 걸으면서 읽고, 밑줄을 그어 둔다. 약 두 시간을 이렇게 예습(?)을 한다. 그리고 노란 카드에 중요한 일정을 다시 옮겨 적는다. 차를 타고 목적지에 가는 동안에 다시 읽어보기 위해서다.
 
그는 자신이 경험했기 때문에 다른 장애자들의 힘든 처지를 잘 이해한다. 그는 난독증 장애를 부끄러워 하기보다는 이제는 축복으로 생각한다고 한다. 그래서 장애자들을 찾아 여러 학교를 방문하고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난독증이나 수학 특수학습장애, 주의 산만 및 과잉행동 장애, 자폐증 등은 해당 어린이나 부모의 잘못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두뇌의 유전적인 영향 때문에 고통을 받을 때에는 즉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받게 해 아이 스스로 자신을 미워하거나, 세상을 멀리하는 일이 없도록 도와 주어야 하겠다. 개빈 뉴섬 주지사에게 난독증이 축복이었던 것처럼 학습장애를 겪는 모든 어린이들에게도 극복의 축복이 내려지기를 바란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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