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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1000명을 만나고, 5600편을 쓰고

장병희 사회부 부국장

장병희 사회부 부국장

중앙일보 기자들이 매달 한 편의 칼럼을 쓰게 된 것은 20년도 넘은 일이다. 취재로 바쁜 기자들에게 월말 시험이나 과제물 내는 것 같이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 취재하는 사안을 파악하고 분석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훈련의 기회이기도 하다. 또한 단순히 기자로서가 아닌 저널리스트로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이기도 하다. 특히 기자들에게 미국사회와 한인커뮤니티 전반에 걸친 의견과 주장을 발표하는 창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처음 모든 기자가 칼럼을 쓰기 시작할 때에 평기자는 ‘시티퍼트롤’을 칼럼명으로 펜을 들었다. 차장부터는 ‘마감24시’, 부장부터는 ‘중앙칼럼’, 또한 논설실 위원들은 특정 문패를 만들어 칼럼을 써왔다.  
 
대략 20년간 취재기자를 해 온 경우, 약 240편이 넘는다.  
 
물론 칼럼에 전념할 수 있는 칼럼리스트들과 달리 취재와 일반기사 작성을 해야 하는 기자의 입장에서 완성도가 항상 100%였던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한인사회가 나름의 고유한 주장이나 독립적인 목소리가 별로 없는 환경에서 한 명 한 명 기자의 칼럼은 언론인로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으로 기억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지난 1996년 입사한 기자는 칼럼 이외에 지금까지 쓴 기사가 짧은 단신부터 긴 인터뷰까지 5600건이 훨씬 넘는다. 어느 순간 웹사이트에 오른 기사조차 세어보기를 중단했다.  
 
이중 인터뷰가 가장 많았다. 대략 헤아려도 1000명을 넘는다.  
 
내성적인 성격의 기자에게 인터뷰는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많으면 1주일에 10명도 더 만난 적이 있지만 성격 탓에 자신 있게 눈을 마주치며 인터뷰한 적이 거의 없다. 가족들에게도 밝힌 적이 없지만 처음에는 매우 어려웠고 괴롭기까지 했다.  
 
편집 기자는 완성된 기사에서 제목과 레이아웃을 정하게 되지만 취재기자의 입장에서는 그날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서 기사로 쓸만한 이야기를 끌어내야만 한다. 이런 과정이 쉽지 만은 않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 스스로가 기자로서가 아니고, 독자들의 대표라는 입장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괴로움이 사라졌다. 선배들이 지나치면서 해준 충고를 예전에 귀기울였으면 깨달았을 것을 늦게 알았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조금 아쉽다.
 
익숙해지면서 취재 인터뷰를 즐겁게 생각하며 스토리텔링까지 하게 됐지만 그렇다고 항상 즐겁지는 않았다. 겨우 1시간 동안 인터뷰하면서 상대방의 수십년 일생을 압축해 들어야 했고 한참을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1시간에 걸쳐 기사를 작성했다.  
 
독자들은 몇 분이면 읽을 수 있는 인터뷰 기사를 사명감과 압박감 속에서 여러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인터뷰의 긴장감은 달랐지만 당시 현직이었던 고 김영삼 전 대통령부터 대입을 앞두고 있는 고교생까지 다양하게 만났다.  
 
90년대 말 열린 여자 월드컵에 출전한 북한 여자 축구팀 선수들에게 ‘해외에서 김치 같은 한식을 잘 공급받느냐’는 질문을 했다가 ‘너희 굶느냐’는 질문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광고 홍보차 미국에 온 영화배우 신은경, 박중훈, 박신양, 최불암 등 유명인, 고 이만섭 의장 등 정치인들, 한국의 대학 총장들을 한인 독자들을 대신해 많이 만났다. 중앙일보 기자였기 때문에 얻은 영광이다. 개인적으로 보람도 있었고 행복했다.
 
이제 좋은 인터뷰 기사를 쓸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기자는 인터뷰를 그만두게 됐다. 수많은 스토리들이 남아 있지만 이제 후배 기자들의 몫이 됐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예정된 것처럼, 현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한인사회 역동기, 이민의 현장을 기록해 왔던 모든 날들이 영원히 간직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장병희 / 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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