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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칼럼] 불길한 그분 입스( YIPS)

골프 라운드 중에 물(Water Hazard)이 눈에 띄기만 하면 샷(Shot) 한 볼은 신기할 정도로 물 쪽을 향해서만 날아간다. 더군다나 물을 건너 쳐야 하는 위치에서는 아예 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고, 100% 물속에 빠질 것이라는 불길한 생각뿐이다. 그럴 땐 호흡도 빨라지고 지금 내가 무슨 스윙을 하는 것인지, 어떤 샷을 해야 하는지 도무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지금 샷 하려는 볼이 분명히 연못에 퐁당 빠질 것이라는 불길한 상상을 하게 되면, 순간 걱정과 불안에 사로잡히면서 우리의 뇌는 곧바로 신체의 일부 근육(Golf Muscle)들을 제대로 활동할 수 없게끔 하여 버린다는 것이다.
 
‘골프는 멘탈(Mental) 스포츠다’라고 흔히 말하는 것처럼 스포츠 중에서 뇌의 지배를 가장 많이 받는 운동 중의 하나가 골프다. 유난히 골퍼들에게 자주 찾아오는 불길한 그분이 바로 입스(YIPS) 증후군이라는 근육 경련 같은 증상이다.
 
입스는 어느 피아니스트의 손가락이 공연 전날까지도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극도로 긴장한 공연 당일 날에 갑자기 손가락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는 데서 유래 되었다는 설(說)처럼, 근육, 관절 등 특별히 아픈 곳도 없고 건강상에 아무 이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와서 우리의 몸 컨디션과 멘탈을 함께 무너뜨린다는 불길한 병의 일종이다.  
 
골프에서 입스는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고 분명 실수할 것만 같은 샷 실패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에서 나타나는 스윙의 불안 증세를 말한다. 예컨대 특정한 위치에서 어프로치샷 할 때면 극도로 불안해지고 퍼팅 요령도 모르겠고, 티박스에 들어서기만 하면 팔에 힘이 쭉 빠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며 호흡이 가빠진다면 입스를 의심해 볼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어쩌다 한 번씩 치는 주말 골퍼들에겐 그분이 찾아오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연습량과 실전 경험 부족에서 오는 불안감과 걱정 때문에 저지르는 샷 실수들은 실력 부족일 뿐 입스는 아니다. 하지만 연습량도 꽤 많고 골프 코스를 자주 찾는 싱글 핸디캡 정도의 자칭 고수님들과 골프가 직업인 프로 선수들에겐 심심찮게 찾아오시는 그분이 항상 경계대상 1호다.
 
입스란 증상 때문에 선수 생활 중에 피해를 본 유명한 프로선수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LPGA의 청 야니(Yani Tseng) 여자 선수를 최악의 피해자로 필자는 기억하고 있다.  
 
잘 나가던 이런 선수들의 입스 증상의 특징은 어느 날 소리소문없이 세계랭킹 순위와 각종 대회의 리더보드에서 슬그머니 이름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대만 출신의 청 야니 선수는 2008년도 메이저 챔피언십의 첫승을 시작으로 LPGA 최연소 메이저 대회 5승의 위업을 포함한 15승을 달성하며 2011부터 2013년까지 2년이 넘는 109주 동안 연속 세계랭킹 1위를 차지하면서 당시 세계 여자골프는 말 그대로 청 야니 세상이었다.  
 
그랬던 그가 2013년 시즌 중 어느 날 갑자기 그의 최대 강점이던 비거리 265야드 이상의 드라이버에 문제가 생기며 슬럼프에 빠졌다. 십여년이 지난 2022년 현재까지도 세계랭킹엔 그의 존재감이 없으며 그분, 속칭 ‘드라이버 입스’로 시작된 청 야니 선수의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는 지금도 진행 중인 것 같다.

정철호 / 골프 칼럼니스트·티칭프로 Class A-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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