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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멍키 마인드(Monkey Mind)

일체 유심조(一切唯心造ㆍ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각자의 마음이 개인과 세상의 흥망성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불교는 세상만사의 근본인 마음을 잘 사용해서 복과 혜를 장만해 가자는 것이다.
 
얼마 전 최근 유행하는 '에어프라이어'를 선물로 받았다. 요리를 딱히 좋아하지도 않고 무엇보다 소질이 없어 주방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에어프라이어를 손님이 오셔서 꺼내 보았다. 구조 기능 원리 등을 공부하고 난 후에야 비로소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제대로 사용하려면 마음의 속성과 작동원리 등을 잘 이해해야 한다. 명상을 시도해본 경험이 있는가. 5분은 고사하고 1분 아니 1초도 생각에 끌리지 않고 마음을 고요히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달을 것이다. 내일 있을 미팅 같은 중요한 일에서부터 주말에 있을 농구 게임이나 저녁 메뉴 같은 사소한 것까지 심지어 수십 년 전 뜬금없는 첫사랑 연인까지 등장할 만큼 잡념은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는다. 불교에서는 이렇게 천방지축인 우리의 마음을 잡초 혹은 고삐 풀린 송아지에 비유해 왔다.  
 
좋은 직업과 미모까지 겸비한 그래서 별 걱정거리가 없어 보임에도 늘 불평과 불만 속에 사는 대학 동창이 있다. 작년에 교통사고로 다리를 심하게 다쳤다. 모든 불평불만이 다리에 집중되었다. "다리만 나으면 정말 행복할 텐데" 다리가 나을 때까지 이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6개월 정도 지나 다리가 완전히 나았을 때 이 동창은 정말 행복해졌을까. 이 동창의 마음은 다리가 나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고민과 걱정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이처럼 한시도 쉬지 않고 이곳저곳을 찾아다닌다는 점에서 마음을 '원숭이'에도 비유하기도 한다.
 
부처님께서는 마음의 이런 특성을 간파하시고 챙기는 마음(mindfulness) 없이 어떻게 마음공부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신다. 잡초는 싹이 보이면 바로 뽑아야 하고 고삐 풀린 송아지는 일단 고삐를 단단히 잡아 길을 들여야 하듯 천방지축인 우리의 마음도 일단은 끊임없이 살피고 챙겨야 한다. 마음공부 특히 초보자의 마음공부는 살얼음판 위를 걸어가듯이 한 시도 방심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아니 본래 자유로운 성품을 기르고 마음의 자유를 얻자는 게 불교인데 그렇게 구속을 하는 게 맞습니까?"  
 
마음공부도 여러 가지 단계와 수준이 있다. 마음을 살피고 챙기는 단계 마음을 그냥 바라보는 단계 아무 생각 없는 단계 마음을 마음대로 하는 단계 등이다. 물론 불교의 궁극 목적은 마음의 완전한 자유이지만 초보자일수록 살피고 챙기는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 계율공부(마음을 살피고 챙기는 공부) 없이 성불을 바라는 것은 모래로 밥을 짓는 것과 같다 하신 성현들의 말씀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drongiandy@gmail.com

양은철 / 원불교 교무ㆍ미주서부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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