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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그래도 봄은 온다

 2020년 2월 둘째 주였다. 일주일 하와이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던 비행기 안에서 처음으로 마스크를 쓴 한국 여인을 보았다. 어바인 집으로 돌아오니 여기저기서 코로나로 웅성거렸다. 교회 출입은 정지되고 비대면 예배가 시작됐다. 지구의 분위기가 살벌하고 어두워졌다.
 
예전에는 미처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출입할 수 없고 개인 방역으로 평생 씻을 손을 다 씻은 것 같은 힘든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 델타, 오미크론을 정말 한 방으로 날려 보내고 싶었다. 꿈인 듯 생시인 듯 TV의 뉴스 보도는 무섭기까지 했다.  
 
코로나는 지구를 쉬지 않고 황폐화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휩쓸고 갔다. 세계 곳곳에서 사체가 실려 나가고 병실은 차고 넘쳐 복도까지 환자가 가득 찼다.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의 빠른 전파에 세상이 어떻게 될 것 같아 놀라면서도 살아남음에 감사하며 보냈다. 그렇게 두려움으로 2021년을 보냈다.  
 
끝과 시작이 공존하는 테두리 안에서 그래도 2022년이 밝아왔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혼돈이 함께 한다. 코로나 변종들의 극성에도 변함없이 계절은 분주히 오고 갔다. 나무들은 예쁘게 꽃을 피우고 아름답게 낙엽을 흩날렸다. 계절뿐인가. 해는 뜨고 지면서 빛과 그림자로 출렁였다.
 


만남을 자제해야 하는 요즘이기에 가족 모임은 더욱 소중했고 내 마음은 들뜨고 설렜다. 설날 준비로 바쁘고 힘들었지만, 그것도 기쁨이다. 해마다 자손들은 할미가 만든 갈비찜을 맛나게 먹는다. 그 모습이 겨울에도 봄날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린다. 할미 손으로 만든 떡만둣국과 오색나물, 고추전, 동치미를 먹으며 나누는 대화는 내 생의 식량이다.
 
떠들썩했던 새해 잔치가 마무리되고 아이들이 돌아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적막이 흐른다. 사위와 며느리가 오는 명절 자리가 그래도 어른으로서 본이 되어야 할 예법이 있기에 조금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다시 찾아온 우리 둘만의 오붓하고 편안한 자유를 만끽한다.
 
지난 2년 사이에 세상이 너무 많이 달라졌다. 우리의 삶도 많이 변했다. 뉴노멀 시대가 왔다. 뉴노멀에서는 과거의 것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손톱만 한 작은 일들이 언제 위기로 변할지 모른다. 새로운 변화를 따르고 부지런히 대비하여 변화를 기회로 맞이해야 한다.
 
지금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미래가 궁금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많은 일들과 예측할 수도 없는 일들이 일어나겠지. 우리 인생도 시간이 흘러 달라지듯이 말이다.
 
등을 좀 긁어달라고 하면 습관된다고 안 해주던 남편이 이제는 긁어준다. 전혀 변할 것 같지 않던 사람도 변한다. 남편의 걸음이 불편해지면 내가 지팡이가 되어주고 청력이 떨어지면 보청기가 되어주고 시력이 약해지면 돋보기가 되어주려는 착한 변화도 서로 의지해야 하는 노부부의 내공이 아닐까.
 
이해하며 변화하는 한 해를 살아가자. 섬기고 베푸는 복된 삶을 다시 한번 기대해본다. 건강과 평안이 모두에게 가득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엄영아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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