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학' 열풍, 숨은 공신은 영어 더빙
넷플릭스, 한인언론사 초청
할리우드서 더빙 시연 행사
더빙ㆍ자막 담당 별도팀 운영
자막보다 더빙 시청률 더 높아
이처럼 한국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실감나는 '현지 더빙'이 큰 공신이었다고 분석했다.
넷플릭스가 지난 10일 한국 언론들을 할리우드 세라노 오피스로 초청해 '지우학'의 영어 더빙 시연을 공개했다. 지우학에서 '온조'와 '찬영'의 목소리를 연기한 성우 빅토리아 그레이스와 해리슨 슈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같은 감정 몰입을 위해선 실제 작업에 들어가기 전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레이스는 "온조 캐릭터를 속속들이 알고 싶어 한국어로 된 드라마 전체를 다 봤다"고 말했다. 한 장면을 보고 멈췄다가 다시 재생하면서 온조의 목소리 톤 변화는 물론 그녀의 표정까지도 집중했다는 것이다.
좀비 드라마 특성상 액션신을 소화하는 것도 큰 과제일 터. 슈는 "계속 달리고 좀비와 싸우고 내내 거친 숨을 쉬고 소리를 질러야만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맡은 찬영이는 좀비와 끊임없이 싸우고 뛰어야 했기에 자신도 그만큼 에너지를 쏟아야만 했다는 것이다. 가만히 서 목소리를 녹음하지만, 작업을 끝내고 나면 온 에너지가 다 방출된 기분이라고 했다. 슈는 "그런 면에서 좀비 장르는 조금 힘들기도 한데, 의미있고 뿌듯했다"며 최대한 즐겼다고 설명했다.
사실 화면에 벙긋거리는 입 위로 다른 언어를 입히기란 쉽지 않다. 어색하기 마련인 이 작업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더빙 감독의 역할이기도 하다. '지우학' 더빙 디렉터를 맡은 김경석 감독은 "언어 자체가 한국어와 영어가 많이 다른 것도 있고 길이가 짧아질 수도 있는데다 문화적 차이도 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영어 더빙이 조금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더빙과 자막을 위한 별도 팀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한국 콘텐츠 더빙에 주력하는 이유는 단연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우학'의 영어 더빙을 총괄한 존 드미타 감독은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으로 미국에서 좀비 영화가 처음 만들어졌지만, 한국이 이 장르를 완전히 새롭게 재창조했다고 말했다. 드미타 감독은 "한국 콘텐츠는 익숙하면서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새롭고 신선하다"며 "'지우학'과 같은 드라마를 본 적이 없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앞서 '오징어 게임'은 자막 대비 더빙을 통한 시청 비율이 더욱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빙에는 영어를 비롯해 태국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등 12개 언어가 지원됐다.
이같은 현지화 작업에 따라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콘텐츠를 시청한 전 세계 회원들의 시청 시간은 2019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했다고 넷플릭스 측은 설명했다.
K푸드, BTS를 통한 K팝에 이어 이제는 K드라마까지. 그레이스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한인으로서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 넷플릭스가 공개할 예정인 한국 작품만 25편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또 어떤 작품이 전 세계를 뒤흔들지 주목된다.
홍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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