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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장욱진 화백과 루브르 박물관

날이 갈수록 세상이 작고 좀스러워지니 큰 어른이 그립다. 관심을 가지고 눈여겨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도 통쾌한 큰 어른이 꽤 계시다. 가슴이 답답할 때, 간접적으로나마 그런 큰 어른을 만나고 나면 속이 후련해진다. 존경하는 마음으로 배우고 닮으려 애쓰면 더 좋을 텐데….
 
미술 동네에서는 장욱진(1917~1990) 화백도 그런 큰 어른 중의 한 분이다. “나는 심플하다”라고 선언하고, 한국인의 정서와 아름다움을 매우 단순한 화면에 담아낸 화가로 유명한 분이다.
 
통쾌한 일화를 통해 제자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남긴 스승으로 존경 받는 분이기도 하다. 그 장욱진 화백과 루브르박물관에 얽힌 일화 한 토막 소개한다.
 
“아버지(장욱진)를 모시고 루브르를 갔다. 그림 문외한도 한 번은 찾는 곳이 루브르 아닌가. 자동차를 가진 지인에게 특별히 부탁했다. 입구에 당도하자 아버지가 뜻밖의 말을 했다. ‘밖에서 가다릴 터이니 일행들은 어서 들어갔다 오라.’ 차를 태워준 사람의 체면도 있고 해서 함께 들어가자고 재촉해도 소용없었다. 거듭 채근하는 장녀에게 마침내 한 마디 던졌다. ‘이 나이에 지금 루브르를 보아서 무얼 하겠단 말인가?’”(김형국 저 ‘하늘에 걸 조각 한 점’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친구 김병기 화백(1916-)은 “장욱진이라면 능히 그럴 수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그만이 할 수 있는 자기 고집의 세계인 것이다”라고 글에 썼다. 화답 또한 시원하다.
 
인류 미술의 최고 성지(聖地)인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볼 것 없다”며 안 들어가는 고집, 그 사람이라면 능히 그럴 수 있다고 두둔하는 친구… 어지간한 신념과 배짱이 아니고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참 대단한 자신감이다. 그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일까?
 
장욱진 화백의 그림에는 네 마리의 새가 줄지어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제자인 최종태 교수가 무슨 새냐고 물었다.
 
“참새다.”
 
“기러기라면 모를까, 참새는 줄지어 날지 않는데요….”
 
장욱진 화백이 바로 단호하게 대답했다.
 
 “내가 그렇게 하라 했다.”
 
그림의 주인은 오롯이 화가라는 선언이다. 이런 확고한 자존감이 있으니 루브르박물관에서 볼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통쾌하다.
 
장욱진 화백에 얽힌 일화는 다양하고 화려하게 전해온다. 전기나 제자들이 엮은 회고록 등을 보면 그런 전설적 일화들이 가득 실려 있다. “술 먹은 죄밖에 없다”는 말씀대로 술에 얽힌 흥겨운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어지간히 술을 즐기신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게 술을 즐겼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일체 술을 입에 대지 않는 엄격함도 고수했다. 철저한 작가정신이다.
 
각설하고, 인용문으로 칼럼을 채우고 나니 어쩐지 죄송스럽다. 하지만 섣부르게 쓴 글보다는 인용문이 정직한 것으로 믿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더 자세하게 알고 싶고 관심 있는 독자께서는 책을 사서 읽으시기를 권한다.
 
또 한 가지, 우리 같은 중생에게는 루브르까지 가서 안 들어가는 만용은 절대 금물이다.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아, 언제나 루브르 박물관에 또 가볼 수 있으려나? 한 일주일 일정으로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면….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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