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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현명한 말

 삼국지의 제일 백미는 적벽대전일 것입니다. 백만대군이라고 허풍을 떨며 30만 대군을 수륙 양쪽으로 진군해오는 조조 군을 유비는 대항할 길이 없었습니다. 이때 유비의 책사 제갈량이 자기가 동오 손권에게 가서 조조의 싸움이 손권과의 싸움이 되도록 유인하겠다고 나섭니다. 동오로 온 제갈량을 대하는 동오의 대신들은 제갈량을 죽여야 한다고 야단이었습니다. 더욱이 도독 주유는 제갈량을 죽이려고 여러모로 애를 썼습니다. 이것을 제갈량은 좋은 말로 막아냅니다. 나중에는 동작부라는 시를 읊어 조조가 동작대라는 큰 정자를 세우고 강동의 이교(소교·대교)를 데려다가 술을 따르게 하겠다는 의미의 시를 읊습니다. 대교는 손책의 부인이고 소교는 주유의 부인입니다. 이에 격분한 주유도 전쟁파로 돌아서서 적벽대전을 일으켜 조조를 대패시킵니다. 한 사람의 세객이 유비를 살리고 동오가 승전하도록 역사를 만듭니다.  
 
어떤 왕이 연회를 베풀었는데 잔치에서 광대가 춤을 추다가 옷자락이 걸려 왕이 애지중지하는 도자기를 떨어뜨려 깨집니다. 왕은 대노하여 저 광대를 사형에 처하라고 명령을 합니다. 그리고 밤에 가만히 생각하니 자기가 좀 너무했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번 내린 명령을 철회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너는 죽어 마땅하지만 오랫동안 궁궐에서 봉사한 정의를 보아서 너에게 죽음의 방법을 허락하니 네가 어떻게 죽을지 선택하라고 했습니다. 이 광대는 생각하다가 “성은이 망극하여이다. 허락해 주신다면 소인은 늙어 자리에 누워 죽고 싶습니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왕은 자기가 한 말을 되담을 수 없어 “그래 네가 늙어 죽게 하라”고 석방을 했다고 합니다. 참 현명한 말입니다.  
 
지금 한국이나 미국이나 정치가들은 말을 할 줄 모릅니다. 직선적이고 공격적이고 품위가 없는 말을 막 쏟아냅니다. 오래전에 처칠이 국회의 출석 때마다 늦게 참석했습니다. 야당의 국회의원이 공격하자 웃으면서 “당신들도 이쁜 여자와 같이 살아 보세요. 이쁜 부인과 같이 살면 늦게 일어나게 되는 것이 아닙니까”라고 대답하여 공격하던 의원도 웃어버렸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레이건 대통령이 유머 섞인 말로 대답을 잘했습니다. 먼데일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레이건 대통령이 나이가 많다고 공격하니까 “오, 또 나이 타령이네. 당신도 곧 내 나이가 된다니까”라며 흘려 버렸습니다. 그 선거에서는 먼데일 출신의 미네소타만 빼놓고 전국에서 레이건이 승리했습니다.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도 트럼프가 온화한 말투로 대응했으면 이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어디서나 공격적인 말투로 기자들과 싸우고 심지어 공화당 상원의원과도 싸우니 적이 많아 이길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이 여기저기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디에서도 유머러스하고 온화한 말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고 그저 이전투구(泥田鬪狗)의 흙탕물이 튀기는 싸움만 할 뿐입니다.그리고 정치인들도 많이 사용하는 SNS에도 가혹하게 물어뜯는 싸움이 계속될 뿐입니다. 그러니 한국의 사회는 그야말로 싸움판이지 정치의 협상이나 타협은 없는 흑백전만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은 머리가 좋다고 합니다. 그런 좋은 머리로 레이건이나 처칠 같이 유머러스한 부드러운 대화를 끌어낼 수가 없을까요.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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