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수필] 나의 노래

“달 밝은 밤 둘이서  
언덕 위에 앉아  
손을 잡고 부른 노래는  
가슴을 울려  
새로운 인생길을 열고”
 
색은 빛이 만들어낸 신비스러움이요 노래는 소리가 만드는 아름다움이라. 새벽 햇살이 어두움을 몰아내고 새들의 노래 소리에 산과 들이 꿈에서 깨어나는 아침, 새날은 기지개 켜고 일어나 새로운 전설을 꾸미기 시작한다. 아기가 자라며 두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부모의 사랑에 행복해 즐거운 듯 노래하고 춤을 추어 보인다. 이 땅 위에 사람도 말을 하기 이전부터 노래 부르고 춤을 추었으리라.
 
아기의 자라나는 모습은 우리 목숨의 지난날들을 잘 보여주는 듯하다. 어머니의 배 속에서 단세포 정자가 수억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맨 먼저 난자에 이르는 생존경쟁의 시작부터 보여준다.  
 
복합세포를 이루어 벌레 모양으로 자라고, 물고기 모양, 올챙이 모양, 팔다리가 자라며 차츰 귀여운 짐승 모양, 그리고 드디어 사람의 아기 모양으로 모습을 바꾸어 인류가 이 땅 위에 나타난다. 태초부터 오늘에 이르는 과거를 고스란히 어머니의 배 속에서 보여준다. 탯줄이 끊기고 소리 내어 우는 때까지 인류의 창조는 진화의 순서이었음을 이야기해 준다.
 
우리는 모두 한 우물에서 왔다. 뿌리를 찾아가면 모두 한 곳에 모이고 뿌리가 있기 전에 씨앗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노래, 창은 동편제와 서편제로 나누어 문자가 있기 이전부터 노래에서 노래로 전해져서 민요, 설화, 무가, 판소리들로 오랜 옛날의 이야기가 후세에 전해졌다고 한다. 노래는 언어로 발달하고 언어는 문자를 만들고 문자는 문학을 출생하여 우리가 즐겨 쓰는 시는 문학의 어머니가 되지 않았을까.
 
시를 쓰는 시간이면 즐겁기만 하다. 모든 잡념에서 벗어나 하나의 생각과 느낌을 마음에 담아 상상의 날개는 한없는 공간을 오르내리며 온 우주를 누빈다. 창작의 희열에 취했다가 깨어나 가끔은 독자가 되어 나를 돌이켜 보며 현실을 관조하기도 한다. 오감을 동원하여 감각적으로 그려 보이면 묘사를 하고 은유적으로 암시하면 독자도 나름대로 전율을 느껴 작가의 느낌을 상상 속에 더욱 선명하게 공명하여 시의 주제는 더욱 깊은 감동으로 전해진다.
 
생각과 느낌을 직설하지 않고 은유적으로 들려주면 공명하여 주고받는 노래의 소통을 이루었다. 이태조의 아들 방원이 포은의 의중을 떠보려고 하여가(何如歌)를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져 백년까지 누리리라”라고 읊었다. 고려 충신 포은 정몽주는 화답으로 단심가(丹心歌)를 “이 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향한 일편단신이야 변할줄이 있으랴”하고 읊어 방원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고려 500년의 마지막 충성은 선죽교의 돌바닥에 붉은 피로 젖어 고려 500년의 해가 지고 조선 500년의 새 하루가 시작하는 두 사람의 노래였다.
 
노래는 한 나라의 역사를 바꾸고 한사람의 인생길을 달리한다. 달 밝은 밤 둘이서 언덕 위에 앉아 손을 잡고 부른 노래는 가슴을 울려 새로운 인생길이 열린다. 아이들을 낳아 기르고 가족을 꾸려가는 삶은 한없는 기쁨과 어려움을 겪고 하늘이 모든 목숨에게 내려준 임무였음을 지나고 난 세월을 돌이켜 본다. 이제 내 한평생 노래하고 말하고 글을 쓰게 되어 이 땅 위에 자국을 남기었다. 나의 마지막 순간에 하늘을 우러러 부르는 노래는 언제 어떻게 부를까. 내 인생의 끝이 오면 당황하지 않고 가족 친척 친구 이웃 모두 아름다운 사랑 나누었다고, 알게 모르게 마음 아프게 한 잘못 나의 모자람을 이해하고 용서해주시기를 바라 고마워하며 기쁜 마음으로 주어진 영생을 맞이한다고 조용히 혼자서 노래 부르려 한다.
 
 이 세상 모든 목숨 중에 막내로 태어난 인류는 이제 사춘기에 이른 듯하다. 아직 어른에 이르지 못해 영성, 감성, 이성을 분별하지 못하여 아직도 싸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랑이 있었기에 종교가 있고 노래와 춤이 있었기에 예술이 있고 이성이 있었기에 과학이 있어 우리는 영성, 감성, 이성의 세 다리를 짚고 고구려의 삼족오(다리 셋의 까마귀)처럼 자신의 인생을 꾸려가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막내는 성숙한 어른이 되어 인류의 다음 우주세대를 낳고 기르는 집안 살림을 꾸려가는 무렵이면 성스러운 믿음, 고귀한 예술, 우주를 나르는 과학으로 막내의 인생에 황금기를 맞을 것이다.
 
막내가 길러낸 다음 우주세대는 인공지능을 가진 죽지 않는 기계인간으로 우주 안에 보금자리를 찾아 별나라에서 삶을 시작할 것이다. 남은 동안, 막내는 지구에 들리는 소식에 메아리 울리며 멀리서 그들을 지켜 볼 것이다. 유리 풍선 안에 살며 지구의 주위를 맴돌며 즐길 것이다.

최용완 / 수필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