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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의 비밀] 올바름과 정당(正當)

 편견 없는 세상이란 가능한 것일까? 불가능에 가까운 듯 보이는 이 명제를 실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존재한다.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이름으로 지칭되기도 하는 사회적 운동도 그중 하나이다. 이 ‘정치적 올바름’이란 표현은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언어적 표현이나 문화적 관습에 반대하고 그것의 개선을 지향하는 사회적 운동을 가리킬 때 쓰이곤 한다. 이것은 영어의 Political Correctness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사실 영어에서도 1980년대에 들어서야 앞서 설명한 뜻을 갖게 됐고, 운동의 양상과 말뜻은 지금도 변화하는 중이다. 이렇게 의미가 가변적인 표현은 원어를 고스란히 직역하거나, 혹은 특정 시기의 뜻만 반영해 옮긴다 한들 정확(正確)한 번역이라 하기는 어렵다. 그 때문일까. 이웃 나라 일본에서는 아예 번역을 포기하고 영어의 발음을 흉내 낸 ‘포리티카루 코레쿠토네스’ 혹은 그것을 줄인 ‘포리코레’로 통용되는 실정이다.
 
번역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평이하게 쓰이던 말을 가져와 새로운 단어를 만들면, 생소한 사물이나 개념을 친숙하게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이미 알고 있는 말의 뜻에 섣불리 기대어 새로운 단어가 가리키고자 하는 내용을 오해하게 하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한국어 표현을 들여다보면 구성하는 단어는 평이하기 그지없지만 그것이 타당(妥當)하게 이해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만약 의미가 적절히 이해됐다면 그것을 갈음할 만한 유의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텐데, 과연 ‘정치적 올바름’에서 ‘올바름’은 어떤 단어로 바꿔볼 수 있을까?
 


‘정치적 올바름’은 중국어로는 政治正確(정치 정확)으로 번역되며, 일본어에서도 드물기는 하지만 政治的 妥當性(정치적 타당성) 혹은 政治的 正當(정치적 정당)이라는 한자어로 옮기곤 한다. 즉 正確(정확)·妥當(타당)·正當(정당)이라는 한자어가 ‘올바름’과 대응하는 것이다. 이들 단어에서 핵심적 의미는 ‘일정한 기준이나 조건에 이상적으로 부합하는 상태’를 나타내는 正(바를 정)과 當(마땅할 당)에 의해 대표된다. 그러한 맥락에서 正當(정당)함은 운동을 부르짖는 이들이 갖는 도덕적 우위를 나타내는 말로 이해될 법도 하다.

신웅철 /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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