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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오요 오요

 옛날에 강아지를 부를 적에 “오요 오요”라고 부르면 마루 밑이나 마당에서 놀던 강아지는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다. 군것질하던 것을 던져주면 맛있게 얻어먹고 주인 품에 포근히 안기기도 한다. ‘오요 오요’, ‘오요요’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에도 강아지를 부르는 소리로 수록되었다.
 
한국에서 미국에 이민 온 가정들은 대개 월세가 저렴한 동네에 이민 가방을 푼다. 그 동네는 알음알음으로 또래의 이민 가정이 늘어난다. 오래전 뉴저지 클립턴에 갓 이민 온 한인 가정에 기저귀 찬 꼬마가 있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또래의 흑인 아기가 기어오는 모습을 보고 이 한인 꼬마는 “오요 오요”하고 불렀다는 실화가 있다. 다른 세계를 알지 못하는 이 유아에게는 생물이 기어오니 ‘오요 오요’의 대상으로 인식된 모양이었다. 유아들에게는 어른들의 모든 행동이 그들이 습득하는 학습의 전부다.  
 
 애완견의 종류는 손바닥 위에 올려 놓을만한 치와와부터 송아지만 한 사자견까지 세계적으로 400여 종 정도가 된다고 한다.기능별로는 애완견, 안내견, 경찰견, 경주용, 썰매용 등으로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지만 거기다가 한 가지 더 추가하면 식용견도 있어 한국에서는 식용 개 사육 농장도 있다고 한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는 검둥개, 노랑이 등 적당히 이름 붙여 부르며 기르다가 때가 되면 단백질 보충용으로 고사리를 곁들인 된장국에 풀어서 병약한 몸을 돌보는 보신탕의 식자재가 되었다. 결핵 치료제가 도입되기 전에 그때는 폐병이라는 병명의 결핵 환자는 시름시름 앓다가 사망하는 무서운 전염병이다. 육류 단백질 섭취가 어려웠던 시절 결핵 환자에게는 개고기가 최고의 영양공급원이었다. 미국에 오니 쇠고기로 만든 비프저키가 있는데 한국의 개고기 육포가 원조가 아닐까 한다.
 


식용 반대론자의 항의가 심하여지니 개장국이 보신탕으로 개명되었다. 십여 년 전 한국 방문길에 모처럼 초등학교 동창들과 남한산성 밑 모란역에 보신탕을 먹으러 간 적이 있었다. 역 광장 앞에 늘어선 보신탕집 앞에는 통째로 삶아놓은 개고기가 진열된 광경은 보신탕 애호가에게는 군침 도는 풍경이겠지만 이방인들에게는 몬도가네의 실물이었다. 중학교 때 BCG라는 예방주사를 맞고도 결핵 감염증세가 나타나 한동안 파스 니이짓을 복용하였고 스토랩토 마이신을 피하주사로 맞고 회복된 적도 있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안에서는 황구 한 마리 구하는 것도 큰 부담이 되었다.
 
인간사회에서 인정이 메말라 가니 사람과 소통이 가능한 반려견이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는 시대가 되었다. 엊그제 신문 보도로는 어떤 골프장은 애완견도 그린피를 따로 받고, 견공 동반하여 골프를 친다니 개 팔자가 상팔자가 되었다. 거리에선 강아지용 유모차에 자랑스럽게 강아지를 태우고 다닌다. 그루밍 샵에서 개털을 깎는데 사람의 이발료보다 높은 요금을 지불한다.  
 
 인격을 깎아내리는 지독한 욕설이 ‘개만도 못한 놈’인데 개보다 못한 빈곤한 삶을 이어가는 사람이 지구 위에 무수히 많다. 어느 젊은 여인이 전철 안에서 강아지를 안고서 “어유 내 새끼야” 하며 어우르는 소리를 들은 옆에 앉은 어느 할머니가 “아유 어떡하다 개새끼를 낳았노!” 혀를 차며 탄식하였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개 사랑도 지나치면 개 취급을 받을 수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윤봉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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