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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아직도 ‘코로나는 가짜’라 믿는 사람들

임상환 OC취재담당·부장

임상환 OC취재담당·부장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였던 도마는 부활한 예수를 만났다는 다른 제자들의 말을 믿지 못했다. 자신이 직접 예수를 만나 창과 못 자국을 만져본 뒤에나 믿을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도마는 예수를 만나 몸을 만져본 뒤에야 부활을 믿게 됐다.
 
보지 않고 믿는 것은 종교적 믿음의 영역에선 바람직할 수 있겠다. 하지만 현실에선 근거 없이 서둘러 판단하는 것보다 이것 저것 따져보는 것이 합리적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코로나가 확산하던 시기에도 코로나19의 실재를 믿지 못하겠다는 이들이 꽤 있었다. 한 지인은 대화 중 “기자니까 많은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잖아요. 그래, 주위에 정말로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있긴 해요?”라고 물었다. 또 “내 주위엔 코로나에 걸린 사람은 물론 확진자를 안다는 사람조차 없어요”라고 말했다.
 
당시는 확진자나 그 가족이 주위 시선을 의식해 확진 사실을 쉬쉬하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었다. 물론 확진자 수가 지금처럼 많지 않을 때니,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에 열심인 편인 한인 사회에선 확진자 소식을 듣는 것이 더 어려웠을 수 있겠다.
 


한참이 지난 후 그 지인은 코로나에 걸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처음엔 코로나를 정부가 국민을 통제하기 위해 벌이는 일종의 사기극 정도로 생각했다. 이후엔 코로나가 존재하긴 하지만 보건 당국이 조금만 이상하면 모두 코로나로 분류하는 등의 이유로 인해 확진자 수가 엄청나게 부풀려졌다고 여겼다.
 
그는 한동안 백신도 맞지 않았다. 그가 “연방식품의약국(FDA)이 제대로 절차를 밟아 승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할 땐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단체 카톡방에 ‘백신 접종은 우리에게 생체 실험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 절대 맞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돌더라. 그래서 꺼려진다”란 말엔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코로나에 걸린 뒤 며칠 동안 고생했다. 이후 그는 딴 사람이 됐다. 최근 만난 그는 “그땐 왜 코로나가 진짜란 걸 믿지 않고 의심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리곤 이내 “하긴, 코로나가 진짜란 걸 의심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코로나가 가짜란 걸 무턱대고 믿은 게 문제였다”고 스스로 답했다.
 
플라센티아-요바린다 교육위원회는 곧 열릴 특별 회의에서 단 1개의 안건을 심의한다. 안건 내용은 2월 8일부터 30일 동안 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하자는 것이다. 이 안건이 등장한 이유는 지난달 11일과 19일 열린 두 차례 회의가 모두 일부 방청객의 방해로 중단됐기 때문이다.
 
회의를 방해한 이들 중 일부는 마스크 착용을 거부했다. 일부는 마스크를 코 아래로 내려쓰거나 망사 재질의 마스크를 착용했다. 이들이 협조 요청에 응하지 않자, 다수 교육위원들은 회의를 중단하고 퇴장했다. 자신과 방청객들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였다.
 
로스알라미토스통합교육구 교육위원회도 최근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1명의 방청객으로 인해 두 차례 정회하는 소동을 겪었다.
 
실내 회의에 굳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참석하는 이들은 분명 굳건한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있을 것이다. ‘마스크 착용 강제는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 ‘마스크 착용이 코로나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의 믿음 말이다.
 
마스크 없이 회의에 참석하는 걸 보면 그들의 믿음은 매우 확고하다. 그러나 그들의 신념이 무엇이든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열심히 마스크를 쓰는 이들의 노력을 방해할 정도의 정당성을 지녔다고 볼 순 없다. 그들 중 상당수는 코로나 확산 초기에 ‘코로나는 가짜’라고 주장했을 것이다. 그들의 신념에서 느껴지는 관성에선 진한 씁쓸함이 느껴지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는 방식에선 깊은 우려가 든다.

임상환 / OC취재담당·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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