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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동화 속 이야기 ‘아메리칸드림’

월트디즈니 창업주 손녀가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다. 제목은 ‘아메리칸드림과 다른 동화들(The American Dream & Other Fairy Tales)’. 제작자 중 한 명으로 참여한 애비게일 디즈니는 1923년 디즈니를 공동 창업한 로이 디즈니의 손녀다.  
 
영화는 디즈니랜드 직원들의 저임금 실태를 지적하면서 디즈니사 경영진과의 임금격차를 고발한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디즈니랜드 직원은 시간당 15달러를 받는다. 기본생활이 어려운 금액이다. 디즈니랜드가 위치한 오렌지카운티 애너하임 생활권의 경우 시간당 최소 24달러는 받아야 생활이 가능하다. 비교 대상은 지금은 사퇴한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다. 2018년 기준 656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디즈니랜드 공원 관리인이 아이거 최고경영자의 연봉을 벌려면 2000년간 일해야 한다. 애비게일의 아버지가 공동창업자로 참여했던 1967년 당시 최고경영자의 연봉은 임금이 가장 낮은 직원의 78배에 불과했다.  
 
소득 불공정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지니계수가 있다. 0에 가까울수록 균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빈부격차가 심하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측정 지수지만 숫자로 표시돼 실제 차이를 실감나게 보여주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최근 한국에서 소득 양극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통계가 보도됐다. 3억7000만건의 롯데백화점·아웃렛의 구매 관련 빅테이터를 분석한 내용이다. 지난해 상위 1% 고객 한 명이 물품 구입에 쓴 돈은 3780만1000원인 반면 하위 20%는 1인당 2만8000원이다. 1350배 차이다.  
 
또한 상위 20% 고객의 1인당 소비 금액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늘었지만 그 아래 고객은 줄었다.
 
코로나가 시작됐을 때 모두들 바이러스는 공평하다고 했다. 바이러스는 빈부의 차이를 구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코로나 사태 2년이 지난 현재 고통은 가난한 계층의 몫이 됐다.  
 
경제학자 폴 크르구먼의 지적처럼 자본과 노동의 수익배분 구조에 빈부격차의 원인이 있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투자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노동에 할당되는 수익은 줄어든다. 자본가는 재력을 이용해 막대한 투자수익을 얻지만 노동을 통해 얻는 수익은 제한적이다.  
 
빈부의 차이는 모든 국가의 당면 과제지만 격차 없는 완전한 사회는 없다. 중요한 것은 차이를 줄이려는 노력이다. 부자를 가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끌어 올려 차이를 좁히려는 시도다.  
 
애비게일은 자산가 가문에서 출생했지만 자선활동가로 유명하다. 천문학적 액수의 임원 급여를 낮추자며 경영진의 탐욕을 고발했다. 자신을 포함한 상위 1%의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다.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강조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서구사회가 지켜온 전통이다. 기원전 8세기 호머의 트로이 전쟁 서사시 ‘일리아드’에서도 귀족들의 자발적인 참전을 통한 지도층의 의무를 강조했다.  
 
이 같은 정신의 현대적 변형이 부유층 재산의 사회 환원이다. 억만장자 일라이 브로드는 LA다운타운 디즈니 콘서트홀 건립을 주도했고 미술관 ‘더 브로드’를 세운 자선사업가이다. 그는 "부의 축복을 받은 사람은 사회와 국가에 이를 돌려주어야 한다"며 이는 ‘책임’이 아니라 부자들의 ‘특권’이라고 강조한다. 책임은 부여된 의무이지만 특권은 능력이 지닌 사람만이 행사할 수 있는 자발적인 권리다.  
 
애비게일의 영화 제목에 나온 ‘Fairy Tale’은 ‘동화’를 뜻하지만 ‘꾸민 이야기’ ‘비현실적인 스토리’ ‘거짓말’ 등의 의미도 있다. 모든 이들이 꿈꾸는 ‘아메리칸드림’이 동화 속 허망한 이야기로 끝나게 해서는 안 된다. 

김완신 /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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