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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꼰대’에서 탈피하는 법

나이를 먹으면서 요즘 내가 신경을 쓰는 것 중의 하나가 글이나 말에서 꼰대 냄새가 나지 않는가를 살피는 일이다. 주제넘게 고리타분한 설교를 늘어놓으며 가르치려 드는 태도 말이다. 나도 모르게 그런 티가 넘치면, 글을 그만 써야지 생각하고 있다. 민폐를 끼칠 수는 없으니….
 
꼰대 냄새는 특히 글쓰기에서 잘 드러난다. 물론 노력하면 꼰대티를 많이 없앨 수 있다. 가령, 눈과 입을 주제로 쓴 아래와 같은 글이 있다고 치자.
 
“사람의 눈과 귀는 두 개씩인데 입은 왜 하나인가? 두 번씩 보고 두 번씩 듣고, 말은 한 번만 하라는 뜻이다. 꼼꼼히 보고 귀담아 잘 듣되, 말은 아끼라는 가르침이다.” 어딘지 교훈적이고 꼰대냄새가 난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어떨까?  “사람의 눈과 귀는 두 개씩인데 입은 하나다. 하나밖에 없는 입은 혼자서 여러 가지 일을 하느라고 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먹고 마시고 말하고 노래하고 숨 쉬고 재채기도 하고, 가끔은 입맞춤도 하고… 중요하게 하는 일이 정말 많다. 되도록 편안하게 쉬도록 해줘야 한다. 되도록 말을 적게 하고, 긴 수다는 절대 떨지 말고, 군것질 삼가고… 그렇게 쉬는 시간을 줘야 한다. 특히 말을 아껴야 한다.” 결국은 말을 조심하라는 교훈인데, 글이 풍기는 맛이 다르다.
 
사물을 보고 이해하는 관점을 바꾸는 것도 꼰대 냄새를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다. 모두들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의심해보는 시도도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선(善)의 반대는 당연히 악(惡)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렇게 선과 악을 대립적인 개념으로 파악하는 이분법은 서양의 과학주의와 더불어 20세기 인류의 보편적인 사유방식으로 정착한 것이라고 한다.  
 
악은 나쁜 것이므로 없애버리고 응징해야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권선징악이니 선악과니 천당과 지옥, 천사와 사탄, 악마 등의 이분법이 진리로 우리를 지배한다.
 
이런 생각은 전쟁을 정당화하는 강자의 논리로 이용되기도 한다. 더욱 나쁜 것은 나와 다른 것, 내 이익에 반대되는 거추장스러운 것을 모두 악으로 규정하는 오만한 사고방식이다. 이런 생각 때문에 인류의 역사는 전쟁, 파멸, 불행으로 얼룩져 왔다.  
 
하지만, 동양의 깨우친 옛 어른들은 다르게 생각했다. 큰 스승 노자는 선의 반대 개념은 악이 아니라, 불선(不善) 즉 선하지 못함이라고 가르치셨다. 악과 불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의미심장한 부분이다.
 
‘훈몽자회’를 보면 선(善)은 좋을 선 즉 좋음이요, 악은 모질 악(惡)이요 염(厭) 즉 싫음이라고 설명한다. “악이란 모진 것이다. 모질다는 것은 좋지 않은 것이다. 악은 모짐이요 싫음이요 불선(不善)이다. 그것은 단지 ‘좋지 않음’인 것이다.”
 
그러니까, 악은 개전의 여지가 없는 모질고 나쁜 것이지만, 불선 즉 ‘좋지 않음’은 응징이나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동양과 서양의 생각은 그렇게 다르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문화도 다를 수밖에 없다.
 
이처럼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의심하고 다른 각도에서 보고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그런 중요성이 새롭게 평가되면서 인문학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학문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자유롭게 넘나들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인문학이 꼰대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좀 더 적극적으로는 좋은 꼰대가 되도록 이끌어준다. 이상으로 꼰대 잔소리 끝!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모두들 새해 복 많이 지으시기를 빕니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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