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가 있는 아침] 선시 34 -석성우(1943~)
몸보다 겨운 숙업적막한 빚더미다
돌 속에 감춘 옥
천 년도 수유러니
한 가닥 겨운 봄소식
그렁 그렁 걸어온다
-한국현대시조대사전
선시 읽으며 맞는 새해
선시(禪詩)란 불교의 선사상을 바탕으로 하여 오도적(悟道的) 세계나 과정, 체험을 읊은 시다.
오늘날 선시란 제목을 내걸고 가장 많은 작품을 쓰고 있는 스님이 석성우 대종사다.
소개한 시조에서도 ‘몸보다 겨운 숙업(宿業)’이 ‘적막한 빚더미’며, 돌 속 옥의 ‘천년도 수유(須臾)’라는 표현은 오랜 구도에서 얻은 개안의 세계라고 하겠다. 시조는 기승전결의 이미지 전개로 이뤄지는데 이 작품도 종장의 대전환이 사뭇 화려하다. 저만치서 걸어오고 있는 봄소식을 미리 보고 있는 것이다.
요즘 불교 폄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선의 세계다. 참회의 진실성은 스님들께서 먼저 아신다. 법난(法難)의 아픔을 안고 있는 한국 불교다.
성우 스님은 빚더미에 허덕이던 불교TV를 인수해 정상화했으며, 대한불교조계종 전계대화상을 지냈다.
설날을 앞두고 탈속한 큰스님의 빼어난 선시 한 수를 더 읽는다.
물소리 풍경소리
솔바람 염불소리
인생이 무르익는
한고비 죽비소리
무상의 뒤안길에서
소리 없는 그 소리
-우음(偶吟)
유자효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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