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 나를 만든 것은 꿈…꿈을 꿔야 기회가 온다
남기고 싶은 이야기 〈제 6화〉 '한인 정치' 물꼬 김창준 전 연방 하원의원
〈22·끝〉가능성 없는 일, 혼자서 결정
출마 종용 받아들이며
인생의 전환점 시작
1991년 11월이었다. LA 지역 공화당원들이 나를 찾아왔다. 악수하고 자리에 앉았다. 한 명이 대뜸 물었다. “다음 연방하원 선거 출마 생각이 있습니까?” 나는 이미 주 하원의원 출신의 척 베일러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아, 김 의원 못 들었습니까? 다이아몬드바 시는 새롭게 만들어진 선거구에 들어갑니다. 현직 의원이 없는 신생 선거구입니다. 한 번 출마해보지 않겠습니까?” 캘리포니아 인구가 많이 늘면서 2개 선거구가 마련됐는데, 이 중 한 지역구에 다이아몬드바 시가 포함됐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공화당 후보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거론되는 이들이 다 변호사와 정치인 출신뿐이었습니다. 미국은 이민의 나라입니다. 당신은 맨주먹으로 미국에 와서 사업을 일구고 시장까지 됐습니다. 공화당이 찾고 있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 바로 당신입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큰 제안이 쑥 들어왔다. 당황했다. 연방하원 선거는 시의원이나 시장 선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일이었다. 더구나 주 의원도 거치지 않았는데 곧바로 연방하원 출마라니. 입에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인구 8만명의 작은 도시 시장 선거와 65만명을 대표하는 연방하원 선거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새로 생겼다는 41선거구를 공부했다. 주민들 소득 수준과 인구분포 등을 따져보니 공화당 후보로 나선다 해도 당선된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런데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오겠는가. 그날 한숨도 자지 못했다. 서재에서 꼬박 밤을 새웠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결심했다. 누구에게도 의논하지 않기로 했다. 의논하면 나보고 “미쳤냐”며 반대할 것이 뻔했다. 의논해서 결정할 일이 있고, 혼자서 결정할 일이 있다. 인생의 전환기였다. ‘Yesterday’s Dream is Today’s Opportunity.’ 어제의 꿈은 오늘의 기회가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다. 사람은 꿈을 꿔야 한다. 꿈을 꿔야 기회도 오고 잡을 수 있다.
나는 미국에 오겠다는 꿈을 꿨다. 그리고 수많은 기회를 잡았다. 미국에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언제나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 준 모든 이에게도 감사하다.
“숨기고 싶은 이야기도 담아…한·미 민간외교 활동 최선”
‘남기고 싶은 이야기’ 마치며
-연방의회에서 활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김영삼, 김대중 두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성사시킨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는 발의 법안은.
“북한과 대만의 핵폐기물 거래를 반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던 일입니다.”
-현재 미국 정치, 바이든 정부에 대한 생각은.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는 썩 좋지 않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철수 문제도 의회와 충분한 논의 없이 대통령 특명으로 결정했는데, 실수라고 봅니다. 이러한 대통령 옆에서 부통령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었는지, 그것도 분명하지 않아 보입니다. 바이든 정부의 신뢰성과 정책의 확고성이 떨어져 보입니다. 하지만 한국에는 친밀한 정부라고 생각합니다. 한미 동맹의 굳건함에도 의심이 없고, QUAD에 한국이 동참하기를 원하는 것도 옳은 판단이라 여겨집니다.”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소감은.
“이번 연재를 하는 동안 한국과 미국 전 대통령 등 저명 정치인이 여러분 소천하셨습니다. 저에게도 그분들과의 만남을 돌아보며 옛일들을 추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솔직하게 얘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숨기고, 가리고 싶은 이야기도 그냥 했습니다. 이 나이가 되면 체면보다는 솔직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모양입니다. 제가 미국으로 건너왔던 시절, 차별 없이 저를 받아준 미국에 감사합니다. 제가 떠난 지 50년도 지나지 않아 세계가 부러워할 만큼 눈부시게 성장하고 발전한 한국에도 너무나 감사합니다. 이제 저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양국이 변함없이 굳건한 협력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민간외교사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창준 한미연구원과 아카데미를 설립해 후학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앞으로 펼칠 저의 뜻과 활동에도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님들의 댁내에 새해에 더욱 행운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원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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