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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철의 시가 있는 풍경] 생각하는 사람

신호철

신호철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 작품을 독립 개별 작품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이태리 피렌체의 성당 입구에는 4개의 문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지옥의 문이다. 그 지옥의 문 제작을 의뢰 받은 로댕은 단테의 신곡 지옥편의 스토리를 읽고 또 읽으면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스케치를 수없이 그린 후 마침내 200여명에 달하는 인물들을 등장시킨 지옥문이라는 대작품을 남기게 된다. 지옥의 문 위에서 비참한 상황을 응시하는 ‘시인(Le Porte)’으로 묘사된 이 조각품은 로댕 자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일 수 있다. 후에 이 작은 조각품을 청동조각용 찰흙으로 모형을 만들고 석고로 틀을 짜고 청동을 부어 만든 더 큰 크기의 주물 작품이 ‘생각하는 사람’이란 타이틀로 파리 로댕 미술관에 전시되게 되었다.  
 
일반적 디테일보다 표현하고자 하는 목적에 몰입해 있는 로댕의 작품 ‘생각하는 사람’은 그 후 여러 개의 모형으로 제작되어 전 세계에 퍼져 있다. 독립작품으로 바라보는 시각과 지옥의 문에 조각돼 있는, 고통과 절규 삶의 비참한 최후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전체 작품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지옥의 문 위에서 턱을 괴고 아래 벌어지고 있는 지옥의 모습을 바라보는 조각가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동양 철학의 대가 노자는 그의 저서 ‘도덕경’에서 생각하는 사람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생이불유(生而不有), 위이불시(為而不恃), 장이부재(長而不宰) 등의 방식으로 간단하게 설명한다. 예컨대, 낳아 주지만 소유하지 않고, 남에게 공덕을 베풀지만 거기에 기대지 않고, 으뜸이 되어도 통치하려 들지 않아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생각 없이 살다가도
꼭 죄 짓는 것 같고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아
마음을 고쳐먹는 오후
창틀에 눈이 쌓인다  
잊을 만하면 오고
또 잊을 만하면 오고
눈이 와야 어울리는
한겨울 눈길 발자국
다람쥐, 토끼 발자국
 
풍경 담는 창틀 일생도
그런대로 무탈한 내 인생도
먹이 찿아 헤메는 저 삶도
낡아가긴 매 한가지
뿌옇게 보이지 않다가도
쨍 햇볕 들어 반갑고
낙엽 떨어져 쓸쓸해도
매달린 붉은 열매처럼
내 안에 송송 맺히는 생각
 
사각 창틀에 겨울이 찿아오듯
쌓이는 생각 받아 적다 보면
그 재미가 밤 까먹둣 해  
생각을 낳는 밤 깊어가고
땅이 얼고 물이 어는데
봄은 먼 이야기, 멀기만 하고
 
 
산책 중 늘 지나치게 되는 호수. 그 호수 쪽으로 가려면 지나쳐야 하는 집이 있다. 가끔 의자에 앉아 호수를 바라보시거나 책을 읽고 계신 할머니 한 분을 만나게 된다. 작은 체구에 연세가 80은 족히 넘으신 듯 보인다. “Hi!“ 인사를 건네는 내게 주름진 고운 얼굴을 들고 긴 손가락의 오른손을 들어 ”Hellow”라고 반갑게 인사를 하신다. 그녀를 지나쳐 걸으며 알 수는 없지만 마음이 찡하고 아려온다. 무슨 생각을 하실까? 건강하셔서 오랫동안 이 길에서 만나기를 바라며 손을 흔들어준다. 호수를 돌아 오는 길에 노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의자 옆 작은 테이블에 읽다 덮어논 책 한 권과 커피잔이 노인의 깊은 사색우로 남아 호수 위 빛나는 윤설만큼이나 아름답게 보인다.
 
노크하고, 허락 맞고 자기 방에 들어오라는 6살짜리 벤자민. 그 녀석도 무슨 생각이 있어 한 말이겠지. 생각할 나이가 시작 됐으니까. 창밖으로 꽃가루 뿌리듯 생각이 뿌려지고 이 시간에도 끊이지 않는 생각으로 수 없는 생각의 꽃들이, 열매들이 붉게 익어 가겠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깊은 고뇌처럼… 노인의 창가에도, 벤자민의 문 안쪽 작은 고요 속에서도. (시인, 화가)
 

신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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