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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눈물의 빵

내가 사는 동네에 페인트 스토어가 있다. 아침에 지나갈 때면 마스크를 쓰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히스패닉 청년들을 본다. 무심코 지나다가 요즘닉는 날씨도 찬데 일당을 벌어 빨리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는 1930년대의 Dust Bowl 이주를 다른 작품, 오클라호마 등의 가난한 소작농들의 캘리포니아 러시를 다루었다. 캘리포니아로 가면 사방에 포도, 오렌지, 복숭아가 주렁주렁 달려 있다고 들었고, 농장에 일할 사람이 모자란다는 전단이 살포되었다. 66번 하이웨이는 서부로 향하는 낡은 차들로 가득했다. 덜덜거리는 차는 그들의 집이었다.  
 
캘리포니아는 그러나 그들이 상상한 파라다이스가 아니었다. 영악한 농장주들은 500명 인부가 필요하면 2000명을 불러들여 임금을 착취했다. 이에 난민들이 반발하자 보안관을 풀어 구타하고 심지어는 목숨마저 빼앗았다. 과일이 남아돌면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강물에 던지고 사람들이 먹지 못하게 기름을 뿌렸다. 저자는 연명을 위해  화를 참고 일하는 처참한 노동자들의 심정을 ‘분노의 포도’로 표현했다.  
 
페인트 가게 앞에 죽치고 있는 히스패닉은 어디서 왔을까. 중남미나 멕시코에서 담을 넘어온 사람이 많을 것이다. 좁은 방 한 칸을 빌려 여러 명이 기거하면서 돈을 모아 가족에게 보내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민주당 정부는 이들에게 관대하다. 캘리포니아, 뉴욕 등은 불법체류 아이들에게 교육을 시키고 무료 진료 혜택까지 베푼다. 시민들의 불평이 안 나올 수가 없다. 왜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불체자를 먹여주고, 건강 보험을 들어주어야 하나. 잘해 줄수록 더 많은 밀입국자가 몰려와 미국은 재정 파탄에 직면할 것이 아닌가.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불쌍한 노동자들은 같은 미국인이었다. 그들은 목화밭, 포도밭, 농장에서 동족에게 착취당했다. 캘리포니아는 원래 멕시코 영토였다. 전쟁에서 땅을 빼앗은 미국인들은 광활한 농지에 말뚝만 박고 ‘내 땅’이라고 주장하고 총을 들고 지켰다. 한 사람이 수천 에이커를 소유하고 은행융자를 받아 거대한 농장을 경영했다. 노동자들과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스타인벡은 이를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같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했다. 강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내리지만 사람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흘러 들어간다. 먹이가 있는 곳, 돈이 있고, 기회가 있는 것으로 흐른다. 이것은 자연스러운 이주의 원리다. 국경에 높은 장벽을 쌓고, 국경 경비대를 풀어 사람을 잡아가고, 신분을 이유로 노동력을 뜯어먹는 것은 인간적이 못 된다. 그렇다고 마냥 불법 이민자들을 받아주어야 할 것인가.  
 
미국은 이민의 나라이면서도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난민을 거부한 적이 많았다. 2차 대전 독일을 탈출한 유대인 난민선을 받아 주지 않고 유럽으로 돌려보냈다. 아직도 ‘분노의 포도’, ‘눈물의 빵’을 먹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 세상에 배고픈 것보다 처참한 것은 없다.  
 
분노의 포도 마지막 장면은 이렇게 끝난다. 출산을 앞둔 젊은 여인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피해 가족과 함께 고지대 폐가를 찾는다. 여기서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한 남자를 만난다. 여인은 가슴을 열고 그 남자에게 젖을 먹인다. 나는, 당신은 굶주리는 이들에게 빵 한 조각을 나누어 줄 수 있는가.

최복림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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