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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난 사람’과 ‘된 사람’

좋은 작가 최인호님이 침샘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 2013년이니 어느새 10년이 다 되어간다. 그 흔한 문학상 같은 것도 만들지 않아서인지, 잊혀져가는 것 같아 아쉽다. 향년 68세라는 한창 나이에 세상을 하직했으니… 살아있었으면 뻐근하고 큰 작품 더 많이 썼을 텐데….
 
‘영원한 청년작가’라는 별명답게 참 신선한 작품을 많이 남겼고, 좋은 말씀도 많이 남겼다. ‘난 사람’보다 사회를 정화시키는 ‘된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말씀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최인호 작가의 인터뷰 기사를 읽다가 눈이 번쩍 뜨인 구절이었다.
 
“21세기의 가치관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에 둬야 해. 그것이 사는 보람이지. 근데 모두 일류대 졸업해서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이 삶의 목표이고 꿈인 세상이지. 그런 것이 아니라 작은 일이라도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아서 그 꿈을 좇아가는 게 보람 있는 삶이지.”
 
그 인터뷰 기사에서 최인호 작가는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 안됐다는 마음이 든다, 모두 유령처럼 하얀 얼굴에 꿈도 희망도 없이 앞만 보고 달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하고, 이것은 어찌 보면 ‘된 사람’이 아닌 ‘난 사람’만 만드는 우리의 교육 현실이 만들어낸 문제점이라고 꼬집었다.
 
난 사람, 든 사람, 된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초등학교 교과서나 중학교 도덕책에 실려 있다고 한다.  
 
사람마다 설명이 조금씩 다르지만, 간추려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든 사람은 머릿속에 지식이 많이 든 사람, 많이 배워서 학식이 풍부하고 똑똑한 사람을 이른다. 한국의 스카이(sky) 대학을 나온 후, 외국의 이름 있는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다.
 
난 사람이란 남보다 두드러지게 잘난 사람. 재주가 있어 출세하여 이름난 사람. 흔히 세상에 많이 알려진 사람. 말 그대로 유명한 인물을 의미한다. 정치나 경제 또는 문화 예술 분야 등에서 이름을 알린 사람이다.
 
된 사람은 인격이 훌륭하고 덕이 있어 됨됨이가 된 사람. 인격적이고 도덕적으로 따뜻한 마음으로 상대를 배려하는 사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고, 또 언제나 만나보고 싶은 그런 사람이다. 가진 것이 부족하고, 많이 배우지 않았으며, 인기가 없더라도 삶의 지혜가 풍부하고, 기본과 원칙을 지키며, 예절 바르고, 겸손하며, 어렵고 힘든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결론은 거의 똑같다. 세상엔 든 사람도 많고 난 사람도 많다, 그러나 된 사람은 드물다, 된 사람이 아쉽고 그리운 시절이라는 것이다. 덕승재(德勝才), 즉 덕이 재주를 앞서야 한다는 교훈도 등장한다.  
 
그런가 하면, 자식은 난 사람, 남편은 든 사람, 가까운 주변 인물은 된 사람, 본인은 쥔 사람이면 좋겠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돌아보게 된다. 된 사람이 많은가? 난 사람 투성이인가? 여전히 앞에 나서서 거들먹거리는 난 사람이 많고, 또 그들이 대접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난 사람, 뜬 사람 되겠다고 돈이나 인기에 목을 매달고 버둥거리는 모습들….
 
최인호 작가는 말에 그치지 않고 된 사람이 되려 애쓴 사람이다. 그는 가톨릭 신자지만, 불교 소설인 ‘길 없는 길’을 썼고, 유교를 주제로 한 ‘유림’을 썼다. 종교의 틀에 묶이지 않고, 사람다움의 근본을 찾으려 애쓴 것이다. 부럽고 존경스럽다.
 
“먼지가 일어났다. 살아 있다./ 당신은 나의 먼지. 먼지가 일어난다./ 살아야 하겠다. 나는 생명. 출렁인다.”
 
최인호 작가가 귀천하기 얼마 전 병상에서 마지막 남긴 독백이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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