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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 부스터샷 여부 밝히라"는 백신 전도사…트럼프였다

지난해 11월 뉴질랜드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 반대 시위 현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지지하는 깃발이 휘날렸다. 트럼프는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의 이런 시위에서 이름이 언급될 만큼 백신 접종이나 의무화를 반대하는 이들의 지지를 받았다. 코로나19 백신을 공개적으로 맞지 않고, 의무 접종을 반대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하지만, 12일(현지시간) NBC뉴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코로나19 부스터샷 접종 여부를 밝히지 않는 정치인들을 향해 "배짱이 없다(gutless)"고 비판했다. 전날 보수 성향 매체 원 아메리카 뉴스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다.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선 "전 세계 수천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 나는 부작용이 전혀 없었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앞서 지난해 12월 자신이 부스터샷을 맞은 사실을 공개해 현장에 있던 지지자들에게 야유를 받기도 했다.
트럼프 "부스터샷 여부 안 밝히는 정치인, 배짱없다"
'안티 백서'들의 영웅이었던 트럼프는 왜 갑자기 '백신 전도사'로 돌변한 것일까. 2024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염두한 정치적 행보란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의 대선 재도전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임 시절 코로나19 백신을 공개 접종하지 않았다. 2020년 12월 마이크 펜스 당시 부통령, 조 바이든이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카메라 앞에서 백신을 맞았지만, "지도자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권유에도 트럼프는 꿈쩍하지 않았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백신 접종 의무화를 반대하는 시위자가 미국 국기와 트럼프 지지 깃발을 들고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는 재임 시절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과 마스크 착용의 중요성을 경시하는 듯한 발언과 행동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포린폴리시(FP) 등 미 언론은 트럼프의 이런 태도가 그의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백신 회의론이 번지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백악관을 떠나기 전인 지난해 1월 비공개로 백신을 맞은 사실이 같은 해 3월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려진 후에야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해 백신 접종을 권유했다.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전직 대통령들이 출연한 백신 접종 독려 광고에 혼자만 빠지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9일 뉴질랜드에서 벌어진 백신 접종 의무화 반대 시위에 등장한 트럼프 지지 깃발. [트위터 캡처]
하지만 트럼프는 11일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이 '부스터샷을 맞았느냐'는 질문을 받는 걸 봤다"며 "그런데도 접종 여부를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은 배짱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부스터샷을 맞았든, 아니든 (접종했는지, 아닌지를)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4년 대선 출마 대비...경쟁자들과 차별성 부각"
트럼프의 이런 돌변에 대해 ABC뉴스는 "트럼프가 대선 재출마를 눈여겨보면서 자세가 달라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트럼프는 2024년 대선에 나올 경우, 공화당의 차기 후보군들과 경쟁하게 된다.

공화당 내 주요 정치인들은 현재 자신의 백신 접종 여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이런 정치인들을 비판함으로써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슈화해 차기 주자들과 자신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백신 개발이 가능하게 한 트럼프 정부의 치적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고 매체는 평했다.
공화당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는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로이터=연합뉴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등은 트럼프 정부 시절 개발됐지만, 공화당은 지지자들에게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이나 주 법무부 장관들은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려는 연방 정부에 맞서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자가 많은 루이지애나·미시시피·아칸소·앨라배마주 등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50% 안팎으로, 미국 전체 평균(62%)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잠재적 경쟁자 드샌티스 겨냥"
NBC뉴스는 "트럼프의 이번 발언은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드샌티스 주지사는 공화당의 2024년 대선 주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스터샷을 맞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나는 내가 해야 하는 것은 다 했다"면서도 "결국엔 개인의 결정"이라며 접종 여부는 끝내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트럼프의 한 참모는 NBC뉴스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드샌티스 주지사에게 나쁜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생각을 말한 것일 뿐"이라면서도 "2024년 대선 관련 여론 조사에서 드샌티스가 트럼프를 이긴 결과는 없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드샌티스 주지사의 대변인은 "드럼프 전 대통령이 인터뷰에서 드샌티스 주지사를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추정을 하고 싶진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일 미 국회 의사당 앞에서 지난해 1월 6일 발생한 미 의회 폭동 사태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편 트럼프는 11일 방송 인터뷰 도중 지난해 1월 의회 폭동 사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미 공영라디오 NPR이 전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는 NPR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선이 조작됐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이에 진행자가 그의 이같은 주장이 1·6 의사당 난입 사태를 촉발했는 지 묻자 트럼프는 돌연 전화를 끊었다. NPR은 트럼프와의 인터뷰를 성사시키는 데 6년이 걸렸으나, 15분 약속된 인터뷰는 이로 인해 9분 만에 중단됐다고 전했다.



임선영(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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