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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판굿을 하다

판굿은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걸립패나 두레패들이 넓은 마당에서 갖가지 풍물을 갖추고 순서대로 재주를 부리며 노는 풍물놀이’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조금 쉽게 이야기하자면 ‘넓은 마당에서 함께 풍물을 갖고 노는 놀이’ 정도로 설명하는 것도 가능하겠습니다. 굿이라는 말이 들어간 표현이므로 무속과도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판굿은 판과 굿이 합쳐진 말입니다. ‘굿판’을 거꾸로 한 말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무속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는 판굿이 아니라 굿판입니다. 어휘의 순서가 반대인데,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우선 판은 어떤 일을 하는 자리라는 뜻입니다. 씨름판이라든가, 난장판이라든가 하는 어휘에서 판을 찾을 수 있습니다. 판을 벌리다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또한 예술과 관련된 용어 중에서는 판소리가 있습니다. 판소리에서 판굿의 의미와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판소리의 소리는 주로 노래를 의미합니다. 소리 한 자락이라는 말이 노래를 의미하기도 하는 겁니다. 판소리는 판을 벌이고 노래를 한다는 느낌의 어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굿은 한국에서 전통적으로 기원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굿은 무당이 마을이나 특정한 개인을 위해서 벌이는 연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당의 연기와 노래, 춤, 연주 등이 어우러지는 종합 예술의 현장입니다. 물론 종교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종교이고 샤머니즘의 발현입니다. 굿이 지금은 미신처럼 취급되지만 사실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제사 형식이었습니다. 또한 축제의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예전에 우리 선조들이 행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행위는 전부 굿과 관련이 있었을 겁니다. 부여의 영고, 고구려의 동맹, 예의 무천 등 우리가 배웠던 제천의식에는 굿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교, 유교 등의 전래와 함께 무속이 힘을 잃어 갔고, 현대 사회에 들어오면서 미신의 취급을 받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무속만큼 우리 문화의 집합체는 없는 듯합니다.  
 
특히 굿이 그렇습니다. 굿판은 제천의식, 제사, 염원의 자리이면서 동시에 축제의 자리였습니다. 굿판에서 흘러나오는 서사는 그대로 서사시이고 서사문학이었습니다. 구비전승의 가장 중요한 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현대까지 전해지는 민요나 춤, 농악은 무속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무속이 기원이면서 동시에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굿판과 판굿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판굿은 단순히 놀고 재주를 뽐내는 자리만은 아닙니다. 서로의 소원을 기원하기도 하고, 서로의 힘듦을 치유하기도 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서로의 에너지를 합하여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즉 기원을 하는 공연이며 모두가 하나가 되는 전통공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판굿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참여입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공연에는 청중의 참여가 중요합니다. 실제로 앞에서 공연을 펼치는 사람 외에도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공연자와 끊임없이 소통을 합니다. 힘을 북돋아 주는 추임새를 하기도 합니다. 공연의 빈자리에 연주가 들어가는 것은 물론입니다. 빈틈이 없습니다. 무악에서는 빈틈이 생기면 복이 달아난다고 합니다. 끊이지 않는 연주와 음악과 추임새 등에 혼연일체의 모습을 보입니다.
 
판굿과 굿판에서는 복을 빌고 치유을 원하는 청중의 참여가 자연스럽습니다. 자신의 복, 가족의 복, 마을의 복, 나라의 복을 비는 것이기에 당연히 참여가 이루어집니다. 본인이나 가족이 아픈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판은 치유의 판입니다. 위로의 판입니다. 공감의 판입니다. 하나가 되는 판입니다. 울고 웃고 묵은 감정을 푸는 해소의 판입니다. 판굿은 모두를 하나로 잇는 치유와 에너지의 공연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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