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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따로 또 함께

 편히 사람들을 만나는 게 어려웠던 연말연시였다. 우리 집도 새해 아침 떡국조차 함께 먹지 못했으니. 주범은 이놈의 오미크론. 연말, 큰아들이 양성 판정을 받아 격리 중이었다. 다행히 아들 말로 증상은 “독감보다는 덜한 감기” 정도였고 이제는 거의 좋아졌다. 아래 위층 사는 나도 지난주 검사를 받았는데, 음성 결과가 설날 저녁에서야 나와, 2022년 첫날 우리는 한동네 세 이산가족이었다. 그래도, 둘째네가 전해 준 설음식 덕에 따로지만 함께임을 느낄 수 있었다.  
 
‘따로’와 ‘함께’는 사실 반대다. 그런데 이 따로 또 함께 여행하기(Travel Alone Together)가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Shifting Sands)의 네 번째 방법이다. 저자 일행은 사하라에서 모래웅덩이를 간신히 빠져나온 후, 이젠 거친 포장길을 맞는다. 세 대의 차에는 번갈아 타이어 등 문제가 생긴다. 그럴 때마다 화씨 130도의 뜨거운 모래사막에서 함께 기다리는 것은 모두에게 위험한 일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따로 또 함께 여행하는 것이었다. 문제의 차를 고치는 동안, 나머지 일행은 기다리지 말고 계속 간다. 단, 가장 앞선 차는 해 지기 얼마 전 멈춰, 잠 잘 캠프 장소를 준비하고 기다린다. 그러면 뒤처졌던 차들이 모두 합류하여 함께 자든지, 혹 늦게까지 못 오는 차가 생기면 찾아가 도와주는 식이다.  
 
이렇게 따로 또 함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결국 밤에는 함께 만나자는 사막 여행길은, 함께 길을 가지만 각자의 삶은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우리 삶과 많이 닮았다. 100% 혼자일 수도, 100% 함께일 수도 없는 것이 인생임을 점점 느낀다. 이렇게 때로는 혼자, 때로는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이때 저자는 자신에게 편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난 어려서부터 툇마루가 주욱 붙어있고, 방 방마다 사람들이 그득한 한옥서 사는 꿈을 꾸었다. 그래서 그런지 목사 사모와 교사가 되어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삶을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이 갑자기 고요해졌다. 남편 떠난 봄 학기를 힘들게 보내고, 방학하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젤 먼저, 몇 년 전 혼자 되신 토론토의 사모님을 찾아가 어떻게 살아내셨는지 물었다. 한국에 가서는 싱글 친구들을 만났다. 하루도 혼자 있지를 못하고 늘 사람을 만나야 했던 내게, 친구들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로 말했다. 자신들은 며칠이고 혼자서도 아주 잘 지낸다고.  
 
당시는 전혀 공감할 수 없었던 친구들의 말이 이젠 이해가 된다. 나도 이제 스케줄 없이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을 즐기게 된 지 꽤 오래되었으니 말이다. ‘함께’가 삶의 방식인 팀 플레이어도 가끔은 혼자임을 즐겨보자. 혼자(alone)임이 반드시 외로운(lonely) 것은 아님을 알게 된다. 반면, 기질상 혼자서 무엇을 해결하는 게 편한 내향성 솔로이스트들이여, 이제 그만 자존심을 버리고 도움을 요청하자. 함께 갈 때 사막 길은 짧아지고, 오아시스는 가까워진다.  
 
사막 같은 인생에서 거친 도로를 만났을 때, 이렇게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바꿔보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변화를 싫어하는 에고의 저항을 좀 극복하고, 혼자가 편하던 ‘따로’의 사람은 ‘함께’의 시간을, 누군가가 늘  필요했던 ‘함께’의 사람은 ‘따로’의 시간도 가져보자. ‘따로 또 함께’ 멋지게 살아가는 2022년을 기대해본다.

김선주 / NJ 케어플러스 심리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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