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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세상이 다이아몬드로 반짝였습니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다가 갑자기 돌변하여 비가 퍼부었던 변덕스러운 날씨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는데 갑자기 제 머리가 한 바퀴 휭 돌더니만 눈이 휘둥그레지는 겨울 별천지(Winter Wonderland)가 열렸습니다. 눈을 비비고 정신을 가다듬어 다시 밖을 내다보니 온통 반짝이는 수정고드름 마을 전경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어제저녁 하얗게 펑펑 내리던 눈은 어디로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었는지 나무 가지가지마다 물방울이 조롱조롱 반짝이는 고드름 세상이었습니다. 내 눈앞에는 현실의 세상이 아닌 동화 속에 펼쳐지는 얼음 궁전이었습니다.
 
세상을 살아오면서 처음 보는 눈부시게 화려한 겨울 아침이었습니다. 저는 급히 옷을 갈아입고 금은보화가 가득한 세상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밤사이에 변해버린 기온이 온통 얼음판이었습니다. 운전도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을 잘 알면서도 사방을 헤매고 다녔습니다. 늘 푸른 소나무들과 빨간 열매들이 함께 어울려 세상의 모든 미움도 두려움도 더러움까지도 깨끗하고 투명한 얼음으로 감싸 안은 채 맑고 투명한 빛을 환히 밝히고 있었습니다. 모두 꽁꽁 얼어붙은 세상이 수정보다도 더 귀한 다이아몬드 보석으로 화려한 향연을 벌리고 있었습니다. 거기에는 인위적이 아닌 자연의 진정한 미가 우리 인간을 온통 통제하며 매혹하는 듯 자연의 위상을 날리고 있었습니다.  
 
아! 아아! 아! 바로 이 현상이 크리스마스트리의 원천이었던가? 진정 예수님 탄생의 기쁜 날 향연이 내 동네에 아니 온 세상을 깨끗한 수정과 사랑으로 분갈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보석들은 나를 또한 모래알같이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느끼게 했습니다. 온통 수정과 다이아몬드로 채워진 세상이 내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의 의미와 빛을 초라하게 잡아버리고 있었습니다. 잠시나마 검약함을 느끼게도 했습니다. 급하게 찍찍이(Camera)도 없이 뛰쳐나와 정신없이 돌아다니다 문득 생각하니 저 화려하고 빛나는 향연을 허망하게 놓쳐버림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이제 이 정점에 서 보니 눈 내리는 날을 몹시 두려워하는 나이에 왔습니다. 내 마음속에 곱게 간직했던 다이아몬드가 화려하게 반짝이던 세상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긴 세월을 그리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다시는 볼 수가 없었습니다. 기회는 한 번이었던가 봅니다. 귀한 것은 늘 귀한 것으로 잠재되어 있던가요? 제 마음은 아직도 소녀입니다. 겨울이 오면 생각이 떠오르는 그 미지의 세계를 떠올려봅니다. 그렇게 기다려도 오지 않는 야속한 얼음 궁전엘 꿈속에서라도 내려다보고 싶습니다. 혹 마음 맞는 친구들과 더불어 거짓도 미움도 없을 것 같은 깨끗한 수정의 궁전에서 두런두런 이야기꽃을 피워보고 싶습니다. 수다에 목이 마르면 고드름도 따 먹으며 그때 그날 혼자 즐겼던 수정의 궁전이 얼마나 화려했던가를 호들갑 떨며 신나게 엮어 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며칠 몇 날을 함께 먹고 웃고 즐기며 고드름, 수정 그리고 녹지 않을 다이아몬드나 실컷 따 가지고 돌아오고 싶다는 철부지의 꿈!  ‘Winter Wonderland’에 잠시 잠들어 보았습니다.  
 


엄동설한에 고드름 동산을 꿈꾸다 보니 몸이 온통 냉해졌습니다. 온천을 좋아하는 내 식구나 꼬드겨서 뜨끈뜨끈한 사우나에 몸도 녹이고 이열치열로 한겨울 팥빙수라도 한 그릇 먹어볼까 하는 생각에 황급히 차가운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남순자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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