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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재외선거 투표율의 ‘민낯’

김형재 사회부 차장

김형재 사회부 차장

내년 3월 한국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후보끼리 비방전이 가관이다. 여당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특혜 및 아들 도박 의혹에 당혹스러워한다. 야당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말실수 논란에 이어 아내의 경력조작 의혹 등으로 얼굴을 붉힌다. 양측 모두 네거티브 전략으로 상대 후보를 흠집 내려 안간힘이다.  
 
석 달도 안 남은 대선인데 정치적 공동체인 나라가 나아갈 미래 고민은 사라진 모습이다. 정치권은 현실에 대한 진지한 성찰 대신 ‘누가 더 못났다’라고 막말만 내뱉고 있다. 상식선에서 대선을 바라보려는 사람이 ‘이상적인 몽상가’로 보일 정도다.  
 
이 와중에 재외선거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재외선거 유권자 등록(ova.nec.go.kr) 마감은 내년 1월 8일. 한국 국적자인 한인은 누구나 유권자 등록을 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내년 2월 23~28일 주소지 재외공관 투표소를 찾아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를 선택하면 된다. 2017년 19대 대선은 탄핵정국으로 재외선거 투표율이 높았다. 미국 내 추정 재외유권자 85만1941명 중 6만8243명(8%)이 유권자 등록했고 71.4%가 투표했다. 전체 추정 재외유권자 대비 투표율은 7.4%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5년이 지난 현재, 내년 대선 재외선거 전망은 빨간불이다. 전 세계 추정 재외유권자 214만 명 중 12만3900명(5.8%)만이 유권자 등록을 했다. 턱없이 적은 숫자다. 미국에서도 한국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85만 명 중 3만1000명(3.5%)만이 재외유권자 등록을 마쳤다. 이대로 가다가는 20대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재외선거가 찬밥 신세가 될 듯하다.  
 


한국 정치권에서 전하는 이야기는 솔직하다. 야당 측 한 의원은 “재외선거 투표율이 낮아 한국에서 관심을 안 둔다. 신경 쓸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LA총영사관에서 출범한 LA재외선거관리위원회가 단적인 예다. 재외선거 때마다 한국 여야 정당은 재외선거 운영을 책임지는 선관위원을 1명씩 위촉했다. 이번에는 여야 모두 선관위원을 추천하지 않았다. 반쪽 재외선관위다. 여당 측 선관위원을 지냈던 한인 인사는 “한마디로 한국 정치권에서 관심을 접었다. 신경 쓸 생각이 없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한국 언론은 여야 셈법이 달라 재외국민 214만 표가 날아가게 생겼다고 보도한다. 재외선거제도 도입 이후 동포사회는 ‘공관별 재외투표소 확대, 우편투표제도 도입’을 계속 요구했지만 정치권은 투명성을 내세워 공직선거법 개정을 안 했다. 그 속에는 현상유지로 표를 더 얻는 정당, 법 개정 후 표를 더 얻을 정당이라는 계산이 깔렸다.  
 
미국을 방문한 국민의힘 재외동포위원회 태영호 의원은 선거법 개정 명분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라며 “중요한 것은 ‘표심’이다. 동포사회가 불만이 있어도 일단 한 표를 선사해 달라”고 호소했다. 결국 재외유권자에게 다시 공이 넘어왔다.
 
재외국민 중 ‘대선 참여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유권자도 많다. 미국에서 살기에 관심이 떨어진다는 말도 나온다. 유권자 기권으로 당선자의 정통성을 취약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 국적자라면 정치적 공동체의 미래, 작게는 현지 가족의 미래 환경을 결정하는 일이 선거라는 사실을 공유해보면 어떨까. 무관심으로 살다 보면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이민자의 공허함도 반복된다. 이번 대선 참여를 통해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해보는 이상적인 몽상가라도 한 번 되어보자.

김형재 /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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