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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당신의 MBTI는 무엇입니까

장수아 사회부 기자

장수아 사회부 기자

 요즘 첫 만남에 “고향이 어디세요”보단 “MBTI가 뭐예요”라는 질문이 인기가 많다. MBTI는 성격 유형을 16가지로 분류해 설명해주는 심리검사로,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MZ세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성격이 외향적이면 ‘E’, 내향적이면 ‘I’으로 나뉘고 인식의 기능에 따라 감각 ‘S’ , 직관 ‘N’으로 나뉜다. 판단 기능은 사고 ‘T’, 감정 ‘F’로 나뉘며 생활양식은 판단 ‘J’, 인식 ‘P’로 나뉘게 된다. 각각 2가지로 나뉜 4종류의 분류 기준에 따라 ‘INTJ’, ‘ESFJ’ 등 16가지 성격 유형을 완성한다.  
 
요즘 온라인에는 MBTI에 따른 상황별 특징, 반응, 행동 심지어 궁합까지 다양한 정보들이 나돌면서 이를 신뢰하고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다.  
 
MBTI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타인을 보다 명확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바쁜 현대사회에서 직접 경험하지 않고 상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은 관계 형성에 있어 상당한 이점이라 여겨진다.    
 
사회적으로 MBTI에 대한 신뢰와 인기가 커지면서 첫 만남 자리에서 꺼내는 자연스러운 질문이 되었고, 심지어 일부 기업은 신입사원 채용 시 검사 결과를 요구하기까지 이른다.  
 
하지만 자로 재듯 타인의 성격을 단숨에 파악하는 MBTI는 사실 심리학계에서는 그리 환영받지 못한다.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인 MBTI는 세계 2차 대전 중인 1940년대에 캐서린 쿡 브릭스와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 모녀가 객관적 데이터가 아닌 내적 추론을 통해 탄생시킨 이론이다.  
 
처음 등장한 지 80년도 더 된 낡은 이론일 뿐더러,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주관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또 MBTI가 인간을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려는 시도라는 지적도 있다. 학술지 ‘한국 스켑틱’에서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채플힐 의과대학 박진영 연구원은 “MBTI 검사에서 사용하는 설문 문항이 지나치게 단순해 중간을 허용하지 않고 A이거나 B라는 식으로 성격을 양분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MBTI를 애용하는 젊은이 중에 그것의 정확성에 대해 주목하는 이는 별로 없다. 그저 미지의 타인을 재빨리 훑어볼 수 있다는 매력에 그늘져 과학적 객관성 따윈 쉽게 묻혀버린다.  
 
어떤 이들은 MBTI를 알고 나서 연애 상대를 찾는 게 더 수월해졌다고 말한다. 안 맞는 사람과 만나 씨름할 시간을 아껴주고 불필요한 감정소비를 줄여준다는 것이다.  
 
“이해하기 위해서”라는 MBTI는 사실 타인을 이해하기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환영받는 아이러니를 빚고 있다. ‘이해’란 관계에 적용했을 때 사전적 정의는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너그러이 받아들임”이다.  
 
다른 색을 가진 둘이 만나 서로를 받아들여 조화로운 색을 보이기까지 이 과정에서 곡절이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불편한 부분은 가볍게 건너뛰고 좋은 것만 취사선택하려는 태도는 ‘이해’와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해’하고 싶다는 그 이면에 사실 상처받기 싫고 손해 보기 싫은 ‘이기심’이 자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관계를 깊어지게 하는 건 성격에 대한 올바른 정의와 분류가 아니라 ‘이해와 관용’이다. 우리는 상대에 대해 알 때가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삶에 녹일 때 더 깊어지는 관계를 발견한다.  
 
‘조화로움’이란 같은 것이 아닌 꼭 다른 것들이 묶였을 때만 볼 수 있는 것이다. 수많은 다름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조화로움을 원하는 우리에게 알파벳 8글자는 결코 지름길이 되지 않는다. 돌아가는 에움길 같은 이해와 관용만이 결국 서로를 아는 최고의 지름길이다.

장수아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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