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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는 감정노동자…"나도 연약한 인간이다"

바나그룹 목회자 상태 보고서 <2·끝>

목회자도 인간이다. '성직자'라는 꼬리표는 때론 중압감이다. 그렇다고 목회를 직업인처럼 감당하면 성직자의 모습을 바라는 교인에게는 실망감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설교도 잘해야 한다. 교인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 가족에게는 '목사 자녀' '목사 아내(사모)'라는 타이틀까지 붙는다. 목사 이전에 한 가장으로서 가족 구성원이 그 때문에 압박감을 받는다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전례없는 팬데믹 사태까지 발생했다. 교회 운영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앞으로 변화할 교계 생태계에 적응하는 건 쉽지가 않다. 최근 바나리서치그룹이 전임(full time) 사역자에 대해 감정 상태 등의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무려 목회자 5명 중 2명(38%)이 '전임 목회를 그만두는 것을 고려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한인 교계 목회자들도 별반 다를 바 없다. 목회자의 탈진 고민 등의 문제를 알아봤다.
 
팬데믹으로 탈진 가속화
기대감은 오히려 중압감
 
힘든 척 못하는 것이 현실
교회 운영 문제도 고민

목사 지원 시스템 부재
멘토나 동역자 있어야
 
팬데믹 사태가 한참이던 때였다.
 
LA카운티에서 소형 교회를 운영하는 A목사는 그때를 회상하면서 "정말 심적으로 힘들었다. 목회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A목사는 당시 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전례없는 팬데믹 사태로 예배부터 중단됐다. 소형 교회라서 온라인 시스템도 제대로 준비된 게 없었다. 그뿐인가. 헌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다 보니 사례비(월급)는 둘째치고 교회 렌트비 등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먹고 사는 것도 걱정됐다. 당장 나가서 일을 해야 하나 싶었지만 막상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걱정거리는 늘어만 갔다.
 
A목사는 "교인들이 팬데믹때 중대형교회들로 많이 옮겼다. 그래도 기도하면서 마음을 잡았지만 인간적으로 마음이 힘든 건 부정할 수가 없었다"며 "한 가정은 어느 순간부터 전화를 피하더니 교회를 떠났다. 목사이기 전에 그때는 정말로 외로웠다. 목회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다"고 말했다.
 
교인들은 목회자에게 내심 기대하는 모습이 있다. '성직'을 감당한다는 인식 때문에 뭔가 영적이어야 하고 각종 어려움과 걱정도 신앙으로 당연히 극복할 것만 같은 이미지를 갖는다. 이는 목사와 교인 사이에서 무의식적으로 영적인 상하 관계를 형성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만약 그러한 관계속에서 목사가 실수를 하거나 연약한 모습을 보이게 되면 실망감을 갖는 경우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김모 목사는 "솔직히 말해서 목회를 직업적 관점에서 본다면 목사는 일종의 감정노동자와 같다"며 "목사라고 특별한 게 아닌데 교인들은 목사를 그렇게 안본다. 도움을 줘야 하는 존재이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여기지 않는다. 그 부분도 목회를 감당하면서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바나리서치그룹도 이번 조사에서 목회자의 ▶관계적 행복 ▶영적 행복 ▶육체적 행복 ▶정서적 행복 ▶직업적 행복 ▶재정적 행복 등 6개 분야에 대한 만족도를 물은 바 있다.
 
그 중 목회자들은 '정서적 행복'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정서적 행복 부분 중 무려 14%의 목회자가 '행복하지 않다' 또는 '매우 힘들다'고 답했다.
 
목회 환경에 따라 저마다 토로하는 고충은 다르다. 팬데믹 사태는 그러한 고충이 체감 적으로 다가오게 하는 계기가 됐다.
 
회계사로 활동하면서 목회를 병행하는 준 최 목사(어바인)는 "코로나를 계기로 주변 목회자중 '이중 직업(Bi-Vocational)'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례를 많이 봤다"며 "사역하는 교회가 어려워지면 준비되지 않았을 경우 목사들은 곧바로 생계에 타격을 입게 된다.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목사들도 먹고 사는 문제로 걱정하고 팬데믹은 그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나리서치그룹 조사에서도 '재정적 행복' 부분에서도 '행복하지 않다' 또는 '매우 힘들다'고 답한 목회자는 10%나 됐다.
 
문제는 목회자가 탈진에 이르기까지 이를 방지하거나 정작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교계에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기독교계에는 일부 상담 기관이 운영중이지만 전반적으로 목회 지원 목회 싱크탱크 전문 상담가 등이 부족한 실정이다. 소속 교단에서도 목회자 정신 건강 등에 대한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단발성 세미나 등만 간헐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LA지역을 대표하는 나성영락교회가 지난 2015년 소형 교회에서 사역하는 이민 목회자와 가족을 격려하고 위로하기 이민목회자 가족 수련회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 2005년 처음 시작된 이 행사는 교회 측이 비용 전액을 부담하지만 매해 정기적으로는 열리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목회자들은 사실상 목회자 간 친목 모임 정도 등으로 고충을 토로하는 정도이거나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 게다가 '안식년'이란 제도도 허울만 좋다.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소형 교회 목회자들은 안식년을 가질만한 여건도 안 된다.
 
LA목회자아버지학교 박세헌 목사는 "사실 목사들은 참 외롭다. 그래서 함께 교제하는 모임이나 고민을 터놓을 수 있는 멘토나 동역자가 있어야 한다"며 "목사들은 어려움을 다 내놓고 말하기를 힘들어한다. 그럴수록 고립되지 말고 아픔을 말하고 나눌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계 관계자들은 ▶사역의 과부하로 어려움이 있을 때 언제든지 말할 수 있도록 당회 및 교인들과 신뢰관계를 쌓을 것 ▶목회자 스스로 정신 및 육체적 관리 방법을 찾을 것 ▶교회마다 사정에 맞게 휴가 규정을 확립할 것 ▶대형교회의 미자립교회 돕기 등을 제시했다.
 
현재 한국 교계의 경우 호산나교회 등 일부 대형교회는 미자립교회에 정기적으로 부목사를 파견 1~2주 정도 주일 설교를 하게 하고 대신 소형 교회 목회자가 그 기간 휴가를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분당우리교회는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사례비를 일부 지원하기도 한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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