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하고 압도적, 올해 최고의 연기
마르그레테: 북쪽의 여왕
(Margrete-Queen of the North)
마르그레테 1세는 엄밀한 의미에서 여왕은 아니었다. 그러나 3개국을 통치하는 군주에 오르면서 사실상의 여왕으로 행세했다. 양자로 들인 그녀의 아들 올라프는 왕위를 계승할 당시 5세에 불과했다.
역사상 모든 섭정의 뒤안길에는 사악한 음모와 세간의 원망과 비난이 따르기 마련이다. 마르그레테는 틈틈이 덴마크를 노리는 독일 제후들의 야망과 북쪽 도시들의 연맹인 한자동맹의 우월한 경제력을 견제하며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3국을 하나로 묶는 칼마르 동맹으로 맞섰다. 그녀는 오늘날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탁월했던 군주로 평가받는다.
영화 ‘마르그레테: 북쪽의 여왕’은 위약한 군주를 밀어내고 권력을 잡으려는 세력들이 꾸민 음모와 그에 맞서는 마르그레테 여왕의 권력 다툼을 그린 덴마크 영화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양국의 섭정이 된 마르그레테는 조카의 아들을 양자로 들여 에리크 7세로 명하고 그를 대신해 실질적인 지배자 역할을 하며 위대한 군주로 추앙받고 있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진짜 아들’이 나타난다. 마르그레테 여왕은 독일과 내통해온 신하들의 음모를 눈치챈다.
그러나 이미 왕위에 오른 에리크 7세가 진짜 아들을 인정하고 물러날 리 없다. 음모자들을 색출하려는 여왕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고 오히려 에리크 7세에 의해 반역죄로 옥에 갇힌다. 그리고 결국 진짜 아들이 화형대에 올라 불에 타오르는 것을 목격해야 한다. 끝까지 의연함을 잃지 않는 마르그레테 여왕의 모습에 군중들은 숙연해진다.
에리크 7세의 진위 여부는 오늘까지도 역사가 풀어내지 못한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북유렵 역사상 가장 영화 같은 이야기임에도 영화화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의아스럽다.
마르그레테 여왕 역의 트리네 뒤르홀름(Trine Dyrhol)은 덴마크 배우 중 최초로 베를린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덴마크의 국민 배우이다. 그녀는 대배우답게 관록과 노련미로 영화를 끌고 나간다. 뒤르홀름의 압도적이고 강렬한 연기는 올해 최고의 연기 중 하나로 평가받을 만하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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