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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만남

 요즈음은 소소한 기쁨을, 현관 앞에서 발견한다. 나와 함께 하려고 내 집 앞에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는 것들. 브라운 색깔의 박스다. 지구 반 바퀴 돌아 고국에서 와준 것도 있고, 자잘한 생필품도 있다. 박스의 윗면에 내 이름 석 자를 확인한, 그 찰나의 눈 맞춤이 즐거운 것은, 상대적인 다른 반가움이 없다는 얘기일 것이다.  
 
코로나로 우리 생활 안에 깊숙이 들어온 또 다른 패턴의 소비 방식인 인터넷 쇼핑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받아들이고 즐기는 것도 하나의 지혜 일터. 필요한 물건 구매를 위해서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이 좋다. 기다리는 동안 이메일로 전송되는 신호가 물건과 나와 연결된 느낌이라서, 혼자라는 외로움이 들지 않아서 더 좋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부탁해서 받았던 물건들도 이제는 인터넷으로 직배송 받는다. 관계 안에서 신세의 껄끄러움이, 문명화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과학의 질서는 우리를 더 편리하게, 더 경우 바르게 한다.
 
지난주 선물을 사러 우드버리에 갔다. 직장 동료가 우드버리에서 사 왔다고 보여준 지갑이, 마침 뉴욕으로 여행을 오는 친구 딸에게 선물하면 좋을 듯싶어서였다. 집에서 우드버리아울렛까지는한 시간 정도 소요된다. 텀블러에 커피도 담고, 냉동실에 얼린 떡도 꺼내 함께 갔다.  
 
오랜만이었다. 오직 낯선 것을 만나겠다고 길 떠나는 이 느낌이. 목적지를 향해서 운전하는 길에 듣는 음악, 신께서 결정하신 유일 색인 초록들의 향연, 선물을 준비하는 행복한 내 마음까지도, 그동안 구겨졌던 신경 근육이 펴지는 느낌이었다. 스토어를 만나고 물건을 만나고 분위기를 만나는 것뿐인데도, 어처구니없이 무방비인 설렘에 당하고 있었다.  
 
그동안 우리는 작은 것 하나라도 맞대면해서, 그 결을 보고, 눈 맞춤을 하고, 손으로 만져보고, 허락된 것을 내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요즘은 눈으로만 인터넷 정보를 스캔하고, 클릭하면 자기장 이동하듯 집으로 보내온다. 육체적 에너지와 시간을 절약하는 편리한 방법이긴 하지만 완벽한 포장 안에서도깨질 수 있는 계란 같은, 실패라는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맹맹한 사골국물 같은 삶도, 순환하는 우주의 순리라서 잘 적응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하루의 일탈 변주곡이, 내가 그리워하는 것을 알게 했다. 망명 떠난 대면의 삶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를. 카톡의 알림음도 감사하지만 친구와 한 통의 안부 전화는 봄날에 나부끼는 꽃잎 같은지를.  
 
조급한 가을날 강물 같이 찰싹거리는 입체적인 만남을 꿈을 꾼다. 모든 것들을 만날 수 있기를. 그 만남이 강도가 아니라 빈도이기를.

이원경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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