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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비언 수녀원장, 신성모독일까? 걸작일까?

베네데타(Benedetta)

‘베네데타’는 데뷔 50주년을 맞는 네덜란드 출신의 거장 폴 버어벤 감독의 역작이다. 한 여인을 사랑해 모든 것을 잃은 17세기의 신비주의 수녀 베네데타의 인간적 욕망과 그에 따른 비극을 그렸다. [IFC Films]

‘베네데타’는 데뷔 50주년을 맞는 네덜란드 출신의 거장 폴 버어벤 감독의 역작이다. 한 여인을 사랑해 모든 것을 잃은 17세기의 신비주의 수녀 베네데타의 인간적 욕망과 그에 따른 비극을 그렸다. [IFC Films]

김정의 영화 리뷰

김정의 영화 리뷰

대담하고 적나라한 성적 묘사, 풍부한 상상력, 사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폭력적 묘사 등은 폴 버호벤 감독의 작품을 평가할 때 자주 사용되는 표현들이다.  
 
1983년 에로틱 스릴러 ‘포스맨(The Fourth Man)’으로 할리우드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그는 이후 ‘로보캅’(1987), ‘토털 리콜’(1990), ‘원초적 본능’(1992) 등의 잇따른 흥행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는다. 철저한 성인의 언어로 연출된 버호벤의 영화들은 내면적 강박증세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버호벤 감독의 최근작 ‘베네데타’는 르네상스 시대의 레즈비언 수녀 베네데타 카를리니의 전기 영화다. 가톨릭 사제들의 동성애는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온 탓에 기록들이 많지만 수녀들의 동성애를 다룬 기록은 상대적으로 극히 드물다. 실존 인물이었던 베네데타 수녀에 관한 기록은 역사학자 주디스 C. 브라운의 저서 ‘수녀원 스캔들’에 세밀하게 기술되어 있다. 수녀원장까지 지낸 인물의 동성애에 관한 기록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고 버호벤 감독은 이 책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가장 성스러운 성역의 공간에서 일어난 세기의 성 스캔들을 선정적으로 그린 버호벤 감독의 또 하나의 걸작이다. 그는 ‘엘르’에서 조연으로 함께 작업했던 배우 비르지니 에피라를 베네데타 수녀로 캐스팅하였다. 2021년 칸 영화제에 세 번째로 초청되었고 상영 이후 ‘신성모독’이라는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17세기 이탈리아의 투스카니산골 마을. 9세 소녀 베네데타는 환영을 통해 신의 계시를 받는 영적 능력이 있음이 알려지면서 수녀원에 들어간다. 당시의 신비주의 기독교는 베네데타의 능력을 높이 샀다. 베네데타는 이후 ‘신과 결혼한 수녀’로 인정받으며 ‘성인’으로 추앙받았고 불과 30세에 수녀원장에 임명된다.  
 
그러나 베네데타의 환영은 성역을 벗어나 에로틱한 것들까지 이른다. 그리고 바르톨로메아(다프네 파타키아)의 도발적 유혹에 빠져 그녀와 성적 관계를 지속한다. 이윽고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베네데타 수녀는 나락의 길을 걷게 된다.  
 
파격적인 인물 베네데타 역의 에피라는 한 여인을 사랑해 모든 것을 잃은 17세기의 신비주의 수녀 베네데타의 인간적 욕망과 그에 따른 비극을 온몸을 내던져 연기한다. 불어에 능한 영국의 명배우 샬럿 램플링이 베네데타의 젊은 시절 수녀원장 펠리시타로 출연한다. 노년에 접어든 그녀의 연기에는 대체할 수 없는 카리스마가 넘친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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