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살며 배우며] 은혜의 발견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세계적인 정신과 의사 스콭-팩이 쓴 〈The Road less traveled〉의 마지막 단원이 은혜(Grace) 이다. 은혜의 단원 아래 13개의 토픽이 있다. 그 첫 번째 토픽이 “건강의 기적”이다.  
 
스콭-팩은 정신병환자들을 돌보며 병의 원인들을 진단하다 보면 놀란다고 한다. 심각한 정신병의 원인들을 가진 사람들이 기적적으로 건강하거나 경증상을 앓고, 생산적인 이웃으로 살아가는 사실들이 기적으로 보인다고 한다. 놀라운 은혜가 아니면 설명할 수가 없다고 고백한다.  
 
35살 먹은 남자가 가벼운 신경증으로 그의 도움을 받으러 왔다. 그 환자는 시카고 우범지역에서 귀머거리에 벙어리 여자에게서 사생아로 태어났다. 가난하고 불구자인 젊은 여자애가 혼자 사생아를 낳아 길렀다. 그 애가 5살 되었을 때 정부에서 그런 엄마가 그런 환경에서 애를 기르기에 적당치 않다고 강제로 애를 위탁가정에 맡겼다. 3번이나 위탁가정이 바뀌었다. 위탁가정을 전전하며 사랑 받지 못하고 컸다.  
 
15살 때 뇌혈관 출혈이 있어 몸의 한 부분에 마비가 왔다. 16살에 그는 보호기관에서 완전히 나와 혼자 살기시작 했다. 17살에 그는 감옥에 수감되었다. 악랄하고 잔인하게 사람을 공격한 죄 때문이었다.  
 


보통 상식으로도 이 불행한 청년의 장래를 밝게 볼 사람이 있을까? 정신과 의사들도 아무도 그의 장래를 밝게 기대할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6개월 옥살이를 하고 그 청년이 감옥에서 나왔을 때, 주정부에서 그에게 한 회사의 말단 직을 알선해 주었다. 3년 후에 그는 그가 일하는 과의 과장, 그 회사 역사상 가장 젊은 나이에 과장이 되었다. 그 후 5년 사이에 회사 중견 여사원과 결혼하고, 그는 그 회사를 떠나 자신의 회사를 만들어 사장이 되고 부자가 되었다.  
 
그가 스콭-팩을 찾아온 35살 때는 자상한 아이들의 아버지였고, 좋은 남편이었고, 스스로 열심히 배운 지식인이었으며, 화가였고, 그가 사는 사회의 리더였다. 다만 약한 신경성 질환에 도움을 받고자 병원을 찾아와 치료받고 완치되었다.  
 
어떻게, 언제, 왜, 어디에서 이 모든 은혜가 그를 건강하고 생산적인 사회의 일원으로 만들었을까? 스콭-팩은 과학적 의술로는 설명할 수 없다면서, 존 뉴턴의 노래, 놀라운 은혜(Amazing Grace)가 아니면 불가능 하다고 한다. “놀라운 은혜! 비천한 나를 살린 달콤한 그 말! 한 때 나는 실종되었었지만, 지금은 찾았네, 그땐 장님이었지만, 지금은 보이네.”  
 
예상 못한 삶의 도움, 사람의 상상 박에서 오는 큰 도움을 은혜(Grace)라고 스콭-팩은 정의한다. 종교에서는 신의 은혜라고 부른다. 그 은혜는 무신론자에게도, 우상을 믿는 자에게도, 국적이나 인종에 차별 없이, 사람들 모두에게 내려진다고 한다. 은혜의 원천을 신, 자연의 질서, 우연, 행운, 생존 본능, 진화의 방향성이 항상 더 좋아지는 것, 사람의 무의식 속에 있는 신의 능력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시카고 남부 우범지역, 잘못 들어갔다가는 제대로 빠져 나오지 못한다는 그런 우범지역에서 불구 엄마에게서 태어나고, 위탁부모 집을 전전하며 자라서도 건강한 시민이 된 그 청년이 받은 은혜를 생각하며, 문득 내 삶을 돌아보았다. 와, 이럴 수가! 나도 그 청년과 같은 은혜를 받았구나! 내 감정이 흥분되었다.  
 
소백산 속 무식한 화전민의 아들, 엄마가 가출한 파산된 가정, 가래톳 앓은 어릴 때, 신음 소리 귀찮다고 목로 방에 병든 노숙자 영감이 눈 쌓인 마당으로 던지던 기억, 자식 없는 집에 업둥이 경험, 찌들고, 굶주리고, 멸시당하고, 무능하고, 슬픈 어린 시절을 산 촌 아이, 배가 고파 술지게미를 먹고 취해 비틀거려 웃음거리였던 애가, 성인이 되어서 어떤 인간이 되었을까?  
 
놀라운 은혜, 나를 살린 은혜, 전에는 장님이었으나 지금은 나에게도 보인다. 내속에 아직도 남은 어려서의 부끄러운 상처자국이 은혜의 발자국처럼 변하고, 마음 속 감사의 풍랑이 눈물 되어 흐른다. 눈물 속에 그 은혜가 감사로 일렁인다.  
 
“당신 살아오면서 은혜를 받아 너무 감사한 기억 있어?” 저녁 잠자리에서 아내에게 물었다. 많다고 했다. 두 가지만 말해보라고 했다. 내 공부 끝나고 첫 취직 후에 둘째가 태어났을 때, 그리고 큰 아들 해군 사관학교 입학되었을 때.
 
받은 은혜는 누구나 있다고 한다. 고난의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는 은혜를 찾으면 찾아보려는 노력이 나의 행복을 위해 귀중하지 않을까? 내가 받은 은혜의 발견이 행복의 발견이 아닐까?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