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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 자기소개서

최선주

최선주

직장을 구하기 위한 이력서나 학회 논문을 제출할 때 간단한 신상명세서를 첨부한다. 십여년 전에 처음으로 책을 출간할 때, 세련되고 조금은 신비스럽게, 그리고 독자의 궁금증을 유도하게끔 노출을 최소화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굳이 지역 감정이나 편견을 초래하는 양식에 출생년도까지 포함시키는 극히 촌스럽고 적나라한 방법의 작가 소개서를 첨부했다. 한 때의 객기는 아니었다. 어디서나 환영 받는 초대강사, 채플린, 심리상담학자 등의 커리어를 내려놓고, 편안하게 시작할 수도 있던 초빙 목회도 굳이 사양한 채, 개척교회를 결단했을 때도 객기가 아니었다. 사람의 말로 축하해주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험난하고 구차스러울 것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고 그것은 현실이기도 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야 교회문에 첫발을 들인 늦깎이 신앙이었으나 뜨겁게 하나님을 만난 경험 가운데서 깨우쳐지는 하나님의 구원 경영은 정착된 교회 문화와는 별개의 내용인 것이 희안했고, 나아가 새로운 교회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소명의식으로 바뀌었다. 일반대 출신인 탓에 선후배 간의 연결고리나 기도해주는 군단도 없는 사십대 후반의 여자 목사가 품은 비현실적인 포부였지만, 마음의 중심을 보시는 분이 마음에 품는 생각만으로 이미 이룬 것과 같은 크레딧을 주시는 것을 믿었다. 십여년 넘게 상담사역을 하면서 목격했던 동포가정의 실상은 이중문화와 세대차이, 언어의 장벽이 뒤죽박죽으로 섞이어 오해와 불통의 상태에 살면서도 그 이유조차 가늠하지 못한 채 견뎌내는 혼돈이었다. 결핍된 공감대를 제공할 수 있는 신앙공동체는 그 자체만으로 멋진 꿈이었다. 굳이 두세배의 어려움을 감당한 채 이중언어 교회로 개척한 이유다.  
 
신앙은 하나의 의식이 아니라 일상의 삶 자체여서 신앙생활이라고 한다. 교회에서의 행동과 직장이나 가정에서의 행동이 다르다면 위선이다. 예수가 단호하고 가차없이 비판한 유일한 대상이 위선자였다.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면 안 된다고 가르친 것은 성경이 아니라 교회다. 교회가 위선을 가르치는 장소가 되어있다. 아닌가? 그렇다고 교회 다니는 사람이나 몇몇 대형교회의 행태 때문에 기독교를 싸잡아 비난하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천국의 비밀이 드러나는 영적 전쟁터가 교회라는 것을 안다면 교회 다니는 사람들의 사분의 삼은 이미 가짜거나 하나님을 적대하는 세력임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태복음 13장에서, 예수는 좋은 토양에 대한 예화로 천국의 비밀에 대해 가르치셨다. 하나님의 말씀인 씨앗이 네 가지 토양에 떨어졌고, 그 중의 한 토양만 좋은 토질이어서 씨가 발아해서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나머지 세 토양에 떨어진 씨앗은 열매 없이 사라졌다. 즉 설교를 듣거나 말씀을 공부해도 그 중 25%의 사람들만 말씀을 이해하고, 들은 내용대로 산다는 의미다. 나머지 70%가 넘는 예배자, 혹은 교인들이 뿌리 없는 식물처럼 잠시 존재하나 하나님의 나라와는 무관하게 사라진다.  
 


여기서 더 두려운 내용은 가라지의 비유다. 좋은 씨가 뿌려진 그 자리에 사탄이 계획적으로 가라지 씨를 뿌렸고, 그 가라지가 곡식과 같이 자란다. 즉 교회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는 무늬만 기독교인으로서, 실은 사탄이 심어놓은 가짜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교회가 영적인 전쟁의 최전방인 이유를 예수가 이미 예견하셨다. 목회자의 책임 가운데 하나는 비방과 험담을 두려워하지 않고 위선을 일깨우는 일이다. 좋은 씨와 악한 씨가 뿌려진 모판을 경계하고 있어서 악한 씨에 의해 좋은 씨가 해를 입는 사태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 늑대의 입으로부터 양을 나꿔채내는 일은 목자의 몫이다. 궁극적으로 선하게 인도하는 절대자의 계획을 믿는 신앙은 용기를 갖게 한다. 바울 사도가 권력을 가진 사람들 앞에서 “사람보다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듯이, 올바른 신앙생활은 사람이 만든 교회의 전통이나 문화를 맹목적이고 위선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고, 성경에 근거한 격식과 문화를 창출해서 살아나가는 것이다.  
 
개척교회 목사로 살아가는 신앙생활은 감사 그 자체다. 동료목회자들이 붙여준 이름표도 자기소개서에 첨부한다. 이름하여 “막가파 목사.” 두려워할 게 없는 목사라는 칭찬 아닌 칭찬으로 받는다. [종려나무교회목사, Ph.D www.palmtreechurch.org]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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