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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봇짐

 아프리카 풍광 중에는 우기 건기에 따라 먼 거리를 이동하는 들소, 얼룩말, 코끼리 등의 무리가 초원 가득히 움직여 나가는 광경이 있다. 실없는 말이지만 그 많은 짐승 중에 한 마리도 봇짐을 지고 가는 것은 없다. 이들과 달리 사람은 하룻길을 나서면서도 여러 가지를 가지고 나가야 한다. 이것저것 넣어가기 위해 담을 것이 필요하다. 그런 것에 의식주 용품들을 넣고 들고 가야 한다. 번거롭지만 봇짐이라는 것을 장만하여 들고 메고 길을 나선다. 편리하지만 들판에 짐승들의 홀가분한 발걸음에 비하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불편하게 만드는 그것이 생활하는 데 필요하고 편리하게 하는 용도로 쓰이는 모양새가 사람의 불완전한 모습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오가며 들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이라는 것에서부터 집안에 쌀을 넣어두는 상자까지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책을 넣는 책가방이 있고 돈을 넣어두는 돈 가방, 옷을 넣어두는 옷 가방, 여행에 필요한 것을 운반하는 여행 가방, 이것저것 끝없이 나오는 요술 가방이 있어 두손으로 들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우리의 능력을 확장한다. 많은 옷을 보관하기 위해 더 큰 가방 역할을 하는 옷장을 만들기도 하고 자동차를 놓아두는 차고라는 이름의 더 큰 보관장치를 소유하기도 한다. 소유물을 안전하게 소유하기 위해 그것을 담아 두는 가방에서 차고까지 한걸음 더 나간 소유물로 확대하고 있다. 작은 손지갑과 둘러메는 가방과 끌고 가는 바퀴 달린 가방, 짐을 잔뜩 실을 수 있는 짐 마차, 짐자동차, 창고와 더 큰 보관 상자를 열심히 만들어 채우고 쌓아놓고 있다.
 
예전에 젊은이들이 좋아하던 노랫말에 이런 것이 있다. “가방을 둘러멘 그 어깨가 아름다워” 아마도 그 아름다운 어깨에 관심이 많았겠지만 한편으로는 그 가방 안에는 무엇이 담겨있을까 궁금해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 같다.
 
처음 장기 등산을 떠나는 사람이 이것도 저것도 하며 잔뜩 등짐을 만들어 잘 둘러메지도 못하고 쩔쩔매자 그 옆에 선배가 물품 하나하나에 대해 질문한다. 이것이 앞으로 산행에 꼭 필요할 것 같으냐 하며 하나씩 던져버린다. 쓸데없는 것을 너무 많이 집어넣어 고생만 하다가 나중에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 칫솔도 손잡이를 잘라내는 무게 줄이기에 열중한다. 욕심 때문에 하지 않아도 되는 고생을 하게 되는 인생에 서툰 사람의 어떤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달랑 창 하나만을 들고 달려가는 거의 벗은 몸의 아프리카 전사의 모습을 본다. 인간의 가장 용감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즈음 군인들의 모습은 여러 가지 보호 장비와 공격 장비가 온몸에 주렁주렁 달려 있다. 사람이 싸우는지 장비가 싸우는지 구분이 잘 안 된다. 무거운 갑옷과 그를 돕는 조수와 지원하는 보급대까지 여러 가지 많이 필요했던 문명권의 기사들과 이들을 정신 못 차리게 제압했던 가벼운 전투복 차림에 최소한 용품만 말 위에 싣고 달리던 초원의 기마병을 생각나게 한다. 금화 가득한 허리띠를 두르고 거들먹거리던 중세시대 부자와 아무것도 지닌 것 없음을 드러내 보이는 굵고 빈 동아줄로 허리띠 삼았던 성직자의 모습도 떠올리게 된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봇짐을 하나 만들어 메고 가야 하는 삶의 필요이겠지만 그 봇짐의 크기가 어떠하며 그 속에는 어떤 가치와 필요를 지닌 것이 들어있는지 겨울이 열리는 시절에 한 번 열어보게 된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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