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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빛나는 아침의 나라

-93세 아버지와 63세 아들이 함께 떠난 여행(5)

호텔에 도착하니 오후 5시쯤 되었다. 호텔은 목포 앞바다가 훤히 보이고 현대 조선의 상징적인 골리앗 기중기가 첫눈에 들어오는 좋은 경관을 지닌 곳에 있었다. 방에 들어오니 시차와 운전으로 누적된 피로가 갑자기 쏟아졌다. 아버지도 많이 피곤하신 듯했다. 눈을 조금 붙이고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하고 두 사람은 깊은 수면에 빠졌다. 두어 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일어났는데 아버지는 아직도 곤히 주무셨다. 나는 옆에서 글을 쓰며 아버지가 일어나시길 기다렸다. 8시가 넘어서야 눈을 뜨신 아버지는 “거뜬하게 자~알 잤다” 하시며 눈빛이 초롱초롱해지셨다. 식사 생각은 없다고 하셨다. 나 역시 그랬다. 충주에서 가져온 홍로 사과와 간식을 몇 입 드시고 아버지가 그간 공부해 오셨던 천사 대교의 야경을 보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불빛 야경들이 멋지게 눈에 들어왔다. 그 많은 섬이 작고 큰 다리로 연결이 되어 있었다. 천사 대교는 1004의 숫자를 의미한다. 2019년 개통된 이 다리는 2차선으로 그 길이가 7.22km로 그 다리의 명칭은 신안군이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지역의 특성과 상징성을 고려하여 지역 주민을 상대로 공모하여, 국가 지명위원회에서 결정된 교량 이름이라고 말씀하셨다. 국내 최초로 하나의 교량에 사장교와 현수교가 동시에 배치된 교량이며, 우리나라 해상교량 중에서 네 번째로 긴 교량이라고 아버지는 극찬하셨다. 사실 이 다리의 숫자와 통계는 나에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동안 93세의 아버지가 아들을 위해 인터넷으로 공부하셨다는 것이 나에게는 더 소중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두 시간 뱃길을 10분에 간다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었다. 뼛속까지 해군이신 아버지의 관심은 당연히 바다와 섬들이었다. 천사 대교에 도착했을 때 원더풀을 연발하시는 아버지의 천진스러운 모습을 보며 나는 그저 기쁠 뿐이었다. 그보다 더 길고 웅장했던 뉴욕 허드슨 강의 타판지 다리를 건널 때도 흥분이 없던 분이셨는데 천사 대교를 보며 감격하시는 아버지는 오로지 나라 사랑뿐이셨다. 그 다리를 건너 돌아오면서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끈 울돌목의 빠른 조류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으셨다.
 
이튿날 목포에서 맞이한 새벽은 많은 섬 너머로 찬란한 주황빛으로 열리고 있었다. 이 나라를 ‘The Land of Morning Calm’‘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세상에 처음 조선을 알렸던 19세기 말 퍼시벌 로웰의 책 제목으로 시작되어 지난 200년 동안 그렇게 불려 왔었다. ‘조선’ 이란 국호의 영어 의역이 그렇게 소개되었다는 것에 대하여는 늘 불만이 있었다. 문자적 어원도 Morning(조)에 Splendid(선) 혹은 눈부시게 빛나는 아침의 나라가 맞는 표현인데 말이다. 유교적 선입견으로 저항 없이 참고 있는 듯한 무력한 미학적 표현처럼 들리는 것은 왜일까? 오늘 보는 목포의 아침과는 너무도 상반된 듯했다. 이토록 찬란한 아침의 나라인데 말이다.
 


내가 오늘 목격한 목포의 아침은 빛났다. 기세가 넘치는 바쁜 조선소의 골리앗 기중기들을 보는 내 느낌은 ‘The Land of Bright Future(찬란한 미래의 나라’였다. 그 찬란한 희망이 명량 해전의 울돌목 조류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빛나는 아침의 나라’ 바로 그 조선이었다.

강영진 / 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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