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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얼굴' 아기 2kg 혹 떼줬다···韓의사 금식기도가 부른 기적

사진 속 아이의 머리는 ‘하트’ 모양이었다. 얼굴 왼쪽에 붙은 혹이 얼굴만큼 부풀어 머리의 형태까지 변형된 것이다.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과자를 오물거리고 있었지만, 혹이 점점 더 커지고 있어서 수술 시기를 놓치면 생명이 위험한 상황으로 보였다.

지난 여름, 신용호(57) 비아이오 성형외과 원장에게 미얀마에서 전해진 e메일은 충격적이었다. 수차례 해외 의료봉사를 다니며 알게 된 미얀마 쪽 인사가 희귀병을 앓는 18개월 된 아이의 사진을 보내온 것이다. 아이 이름은 크리스티였다.
신용호 원장이 처음 받았던 크리스티의 사진. 혹이 얼굴만큼 부풀어 '하트모양' 처럼 보인다. 비아이오 성형외과 제공
머리 혹이 커져 ‘하트’ 모양이 된 응급 상황
신 원장은 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이 소식을 접한 국내 한 교회의 집사는 크리스티의 사연을 알려 모금을 시작했다. 감사하게도 1200만원이라는 돈이 모였고 크리스티를 한국으로 부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크리스티의 여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미얀마에서는 여권을 만드는 일조차 쉽지 않았고, 미얀마 항공사는 응급 상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탑승도 거부했다. 미얀마에 거주하는 한국인 선교사의 도움으로 여권을 만들었고, 한국 대사관을 통해 항공기 탑승 문제를 해결했다. 크리스티와 엄마, 그리고 통역사에게 좌석을 양보한 한국인의 도움도 있었다.
크리스티가 갓난아기일 때 모습. 비아이오 성형외과 제공
혹이 뇌와 연결돼 있다
힘겹게 한국에 도착했지만,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처음 사진으로 봤을 땐 혹만 떼어내면 될 거라 생각했어요. 한국에서 다시 검사를 해보니 뇌가 연결됐을 가능성이 추가된 거죠. 일이 커졌습니다.”
미얀마에서 촬영한 CT 사진상으로는 혹만 떼어내면 되는 ‘낭성 림프종’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혹이 뇌와 연결돼 있을 수 있다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신 원장은 대학병원 등 신경외과 4~5곳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너무 위험하다” “아이가 죽을 수도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신 원장은 “수술해주겠다고 불렀는데, 2~3주 동안 수술도 못 받고 있었다”며 당시 암담했던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평생 금식 기도를 딱 3번 했다. 대입 시험 보기 전, 병원 건물 짓기 전 그리고 크리스티 수술 전이다”라고 했다. 빨리 수술을 해서 고향에 돌려보내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한다.

금식 기도가 효과를 냈을까. 3주가 지날 무렵, 평소 친분이 있던 분당 차병원 신경외과 조경기 교수가 손을 내밀었다. 대한뇌종양학회장이기도 한 그의 결심으로 크리스티가 입국한 지 한 달만인 지난 10일 수술이 진행됐다.
수술 전 신용호 원장이 크리스티에게 간식을 건네는 모습. 크리스티는 한국 간식 중 '마이쮸'를 좋아한다고 한다. 비아이오 성형외과 제공
의료진 16명, 8시간의 대수술
의료진 16명이 참여한 수술은 8시간 넘게 이어졌다.
“얼굴에서 혹이 시작했을 가능성 90%, 뇌가 연결됐을 가능성 10%로 수술에 들어갔다. 10%의 가능성 때문에 조경기 교수가 스탠바이했는데, 혹을 떼고 나니 팔딱팔딱 뛰고 있는 뇌 바닥이 보였다. ‘뇌막 뇌탈출증’이었다.”
신 원장은 함께 수술에 들어간 조경기 교수가 수술의 키를 잡게 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조 교수는 기능이 없는 뇌 부위를 떼어냈고 신 원장은 혹으로 인해 폭탄 터지듯 퍼져 있는 광대뼈를 조각내 이어서 광대를 만들었다. 과다 출혈 위험성에 대비해 의료진이 선제적으로 지혈했다. 수술은 대성공이었다. 신 원장은 “피부 조직을 최대한 살려두었다. 성장할수록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크리스티가 성장하면 16살쯤 2차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가 수술받은 직후 모습(왼쪽)과 며칠 후 병원을 찾은 모습. 비아이오 성형외과 제공
2kg짜리 혹, ‘하트’ 별명에서 해방되다
신 원장은 조경기 교수와 분당 차병원 측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3000만원가량으로 예상됐던 수술 비용을 모금액 안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모금액(1200만원) 중 한국까지 오는 데 500만원을 써서 700만원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신 원장은 “수술 후에도 모금액 중 60만원이 오히려 남았다더라. 조 교수와 병원의 도움에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크리스티의 아빠가 미얀마에서 보내온 편지. 비아이오 성형외과 제공
수술 전 11㎏이었던 크리스티는 수술 후 9㎏이 됐다. 2kg짜리 혹과 ‘하트’라는 별명에서 해방된 것이다. 크리스티는 퇴원 후 지금은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제공받은 숙소에서 회복 중이다. 미얀마에 남은 크리스티의 아빠는 한국 의료진에게 감사함을 담은 ‘손편지’를 보냈다. 그는 “제 딸이 한국에서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시고, 이렇게 치료받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적었다.



권혜림(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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