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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그러면서 사는 거다

 오쇼 라즈니쉬의 글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추운 날 고슴도치들이 모였습니다. 추위를 견디려고 고슴도치들이 서로 부둥켜안았습니다. 그러니까 상대방의 가시에 찔려 아파서 다시 물러나니 추위가 다시 엄습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부둥켜안고 가시에 찔리고 다시 물러나고 그렇게 하면서 서로 안지도 못하고 헤어지지도 못하고 지내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처음 미국에 올 때 “미국에 가면 한국 사람들을 조심해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LA 공항에 내리면 한국 사람이 와서 “어디를 가십니까, 나도 누구를 마중 나왔는데 안보이네요” 하여 “그럼 제가 어디로 가는지 모셔다드리지요” 하고는 짐을 차에 싣고는 그냥 달아나 버리는 사기꾼이 있는가 하면 처음 미국에 와서 영어를 잘 못해 더듬거리는 한국 사람에게 사기를 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병원과 계약이 되어 왔지만 먼저 온 한국 사람들이 낯선 미국 사람들보다 더 가혹하게 대한 것도 사실입니다. 개업하고 돈이 좀 모이자 한국 투자자들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Pain Weber, Merrill Lynch. Fidelity의 투자자들을 소개해 주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제 돈을 이용해 자기들의 이익을 챙겼고 나는 손해를 보았습니다. 투자하자고 내게서 돈을 가지고 가서는 5년이 지나서 주가가 내려가 그렇다고 하면서 투자한 돈의 반도 안 되는 돈을 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여기다 투자를 하면 좋겠다고 하고 돈을 받고는 얼마 있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길이 없고 한국으로 나갔다는 이야기만 풍문에 들은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니 한국 동포들이 고슴도치들입니다. 가까이 가면 가시에 찔리는데 그렇다고 한국 사람을 외면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한국교회도 나가고 한국 사람들이 모여서 음식도 먹고 정서도 나누니 고슴도치처럼 외롭고 추워서 다시 모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미국에 한국인들이 많이 사니 한국 타운들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LA가 한국 사람들이 많이 밀집해 살고 다음이 뉴욕 일원일 것입니다. 그리고 새로 한국인들이 모이는 곳이 애틀랜타라고 합니다. 오하이오에서 은퇴하고 뉴저지에 자그마한 거처를 마련했습니다. 나를 잘 아시는 분이 “뉴저지가 살기 좋은 곳이에요. 한국음식도 많고요. 한국 문화가 많이 집결된 곳이에요. 단지 뉴욕에 와서 한국 사람들과 돈거래를 하지 마세요”라고 충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하이오에서 벌써 한국 투자자들에게, 친구에게, 사업가에게 많이 찔려서 사기를 당할 돈도 없었습니다.  
 


의사 중에서 돈을 많이 번다는 성형외과를 하고 내가 사는 작은 도시에서 가장 바쁘게 일을 했는데 끝날 때가 되니 손에 남은 것이 별로 없습니다. 아내의 말대로 “당신이 번 돈을 그저 은행에만 넣었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좋았을 텐데”라는 원망을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을 싫어합니다. 친구들이 애틀랜타로 이사 오라고 그렇게 권해도 아내는 단연코 머리를 흔듭니다. 나는 한국말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강의도 하니 뉴저지에 올라와 생활하는 것이 좋지만, 아내는 잠깐 올라와 일주일 정도 있다가 플로리다로 다시 내려갑니다. 이제는 신용을 잃어 은행관리는 아내가 하고 나는 신용카드만 주니 내가 쓰는 돈의 내역은 아내가 전부 감시하게 마련입니다. 물론 한국 친구의 말을 듣고 손해를 본 일도 있습니다. 서울의 친구가 아파트를 사 놓으면 값이 오를 것이라고 했는데 말을 안 들었고 아파트는 값이 많이 오른 일도 있습니다. 그러니 가까이할 수도 완전히 떨어져 살 수도 없는 고슴도치의 삶이 한국인들의 삶이 아닐까 합니다.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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