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살며 생각하며] 다르지만 같은 이야기

2430만 달러. 한화 285억원. 아파트 15~20채 값!
 
지난주 미국의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한국인 김광호 씨의 공익제보에 대한 보상액이다. 워낙 액수가 많은 데다 한국의 대표기업 현대차를 상대했다는 면에서 세간의 주목이 컸다.
 
사건은 2016년, 세타 2가 운행 중 엔진 파열과 함께 불이 나는 유형의 사고가 빈발한 원인이 엔진의 구조적 결함에 있음을 밝혀냈지만, 현대는 내부적으로 쉬쉬하면서 최소한의 리콜만 하자는 데서 시작된다. 그러자 현대의 엔지니어 및 리콜 담당자로 지난 20년을 일하면서 차량 안전을 최고의 덕목으로 삼았던 김광호 씨는 양심상 그럴 수 없다며 회사 경영진을 향해 ‘원칙대로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가는 것이 회사의 백년대계를 위한 길’이라며 설득했다고 한다. 그런데 노력의 결과는 부당한 해고와 함께 내부정보유출이라는 죄목으로 검찰에 고발되었고 집과 사무실이 수색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마치 대기업의 역린을 건드린 결과가 무엇인지 봤지 하며 직원들을 향해 조직의 쓴맛을 교훈하는 것처럼 심하게 몰아붙였다.
 
그러나 김 씨는 이번 기회를 통해 현대의 못된 악습과 범죄집단 같은 조직 문화를 개선해야 국제 경쟁에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영어를 하는 딸을 대동하고 6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워싱턴행 비행기를 탔다. 그곳이 미국 교통안전국이었고 합리적인 그들은 김씨가 준비해온 데이터와 안전의식에 바탕을 둔 공익제보를 옳게 여겨 5년의 조사 끝에 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도미 전 필자는 시중 은행의 외환 부서에서 한 2년간 근무한 적 있다. 맡은 업무는 소위 ‘네고’라 하여 수출회사가 상품을 선적한 뒤 내미는 선하증권(B/L)이 붙은 환어음(Draft)이 신용장(L/C) 조건과 일치하는지 검토 후 환율에 따라 구매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의 사건이 발생했다. 보통의 경우 at sight라 하여 수입국 은행은 수출국 은행이 보낸 선적서류 수령 후 3일 이내에 대금을 받고 수입상에게 넘기면 수입상은 그 서류를 세관에 제출하여 수입품을 통관한다. 그런데 이런 국제 원칙이 한 달이 훌쩍 지났는데도 지켜지지 않더니 종국에는 선적 서류가 반송됐다. 이 말은 화물이 수입국 보세창고에 낮잠을 자고 있다는 의미지만 실상은 이미 통관되고 없었다.
 
모 수출화물운송업체가 규칙을 따르지 않고 화물을 수입상에게 덜컥 인도해버리므로 대금 20만 달러를 불귀의 객으로 만들어 버렸다. 상식적이라면 업체가 회사와 은행을 찾아와 사죄하고 손해배상을 약속하지만 대기업이라달랐다. 오히려 관행 운운하며 그런 수입업체에 물건을 선적한 회사의 잘못이라며 호도했다.
 
이에 필자와 고객사는 서울 소재 포워딩 조합을 찾아가 ‘포워딩사가 Original 화물인수증 회수 없이 상품을 수입상에게 넘기는 행위는 위법하며 그에 따른 민형사상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뒤 부산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런데 김해공항에 도착하니 이미 4~5명의 덩치가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고 불문곡직 린치와 함께 서류가방 속에 모셔왔던 ‘유권해석서’를 탈취한 뒤 유유히 사라졌다.
 
말로만 듣던 백주 테러! 일국의 공항 청사 내에서 발생한 불법 무도였지만 그 업체의 금권 앞에 그 누구도 뒷머리만 긁적댈 뿐이었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